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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

박상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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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8.03 15: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상희 피아니스트

 변화의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계는 생활의 편리나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기능을 넘어 이제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마저 넘보는 시대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내고,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로 세간의 이목을 이끌었던 인공지능 이야기는 같은 해 6월 구글 브레인 팀의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으로 작곡한 마젠타의 80초짜리 피아노 작품과 9월 소니 컴퓨터 과학 연구소(Sony Computer Science Laboratory)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이 작곡한 ‘Daddy’s Car’와 ‘Mr Shadow’로 또 한 번 큰 화제가 되었다.

아마 사전 정보 없이 들었다면 인공지능의 작품인 것을 모를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탄성과 신기함을 넘어선 서늘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만든 첫 작품으로는 미국의 수학자 힐러와 L.M.아이잭슨이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일리악(ILLIAC)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현악 사중주를 위한 일리악 모음곡’(1957)이 있다. 16세기의 작풍을 분석하고 확률 표를 이용하여 수학적으로 구성하였다. 이때만하더라도 작품의 완성도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외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 UC산타크루즈 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 ‘에밀리 하웰’이 주목을 받는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작품의 요소들을 분해하고 재조합 하며, 작풍을 반영하여 작곡하는데 결과물이 놀랍도록 완성도가 높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생각하면, 인공지능이 작곡을 한다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놀랍지 않다.학습된 인간이 기존의 작품들을 연구하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까지의 단계들을 생각한다면, 수집과 분석 그리고 통계가 가능한 시스템에서는 얼마든지 재조합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을 얼마만큼 서사적인 구조를 통해 풀어내느냐가 핵심인데, 아마 이마저도 인공지능이 완벽히 해낸다면 인간은 실제로 영화 ‘Her’에서처럼 기계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듣고 연주하기도 한다. 젠프(Zenph)라는 회사는 유명 연주자들의 레코드에서 연주된 음의 강도와 세기, 페달 등 액션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여 자동 연주 장치가 되어있는 피아노에 연결하여 다시 연주하게 하는 젠프-리퍼포먼스(Zenph re-performance) 방식의 앨범이 출시돼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2015년 스타인웨이앤선스(Steinway & Sons)에서는 ‘스피리오’라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그대로 재현하는 자동 연주 피아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이패드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음과 리듬의 제어도 가능하다. 기존의 건반 움직임으로만 재현했던 것에 비해 페달의 움직임이나 음색의 미묘한 차이까지 정교하게 전달이 가능하다.

자동 연주 악기 외에도 인공지능 연주 로봇들이 인간적인 연주에 도전하고 있다. 감정 표현에 약점을 보이며 한계를 드러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정교함이나 속주 등으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Pat Metheny)는 ‘Orchestrion’을 통해 협주를 하였다. 오케스트리온은 미리 입력된 기계장치가 자동 연주되는 악기들이다. 전류로 발생하는 자기장을 물리적인 힘으로 변환하는 솔레노이드 장치를 사용했다. 악기가 스스로 움직이는 듯한 장관은 매우 감동적이다.

인공지능이 음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음악을 알고리즘화한 인공지능의 장, 단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해 수많은 작품과 연주들에 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 정량화 된다면 보다 거대한 자료를 구축하게 되고, 연주나 교육을 위해서도 새로운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보다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술적으로만 접근한 정보들은 음악의 직관성, 우연성, 교감, 통찰력 등이 배제되어있기 때문에 음악의 본질을 흐릴 위험이 있다. 알고리즘의 맹점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더 확대 발전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와, 엔지니어 마테오 수지가 개발한 53개의 손가락을 가진 연주 로봇 테오트로니코의 대결이 있었다. 정확도에서 우위에 있던 로봇 테오의 연주보다 인간 프로세다의 연주에 사람들은 더욱 공감을 하며,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 예술의 아름다움’을 역설하고자 했다.

‘만물의 영장’이라 여기며 살아왔던 인간에게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다. 감탄을 주는 동시에 위화감과 위기감도 안겨주는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은 음악의 본질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기술 발전의 척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박상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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