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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아빠 싫어! 아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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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25 17: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오늘은 반성의 시간을 좀 가져보려 합니다. 제가 한의원 업무와 제 공부, 그리고 운동을 핑계로 아이들과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었습니다.

월요일은 풋살, 화요일은 강의, 수요일은 축구, 목요일은 외부 진료 및 강의, 금요일은 스터디, 그리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척 하다가 일요일 저녁에는 다시 한의원에 출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육아에 지친 아내는 폭탄 선언을 하기에 이릅니다. 물론 폭탄 선언이라 해도 별다른 건 없었고요, 알아서 잘해라 정도였는데 사실 전 많이 놀랐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대부분의 일정을 없애고 일정 후에도 바로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내와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나서는 더 놀랐습니다. 그 전에는 아빠는 무서운 존재 (사실 제가 일부러 엄하게 다스리려고 한 바가 많았습니다. 반성합니다)였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사실 아이들의 위험한 행동이나 예의 없는 행동들은 행동 수정을 해줘야 하는데 목소리 높일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지요. 엄하게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아이들이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저 스스로 병식(病識, 병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음)이 없었습니다. 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삶이었고 남들이 보기에도 존경받는 인생을 살고 있었거든요.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인지 조금씩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들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합니다. 보통은 그 나이 때 아이들이 말 잘 듣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하지만 사실 불렀을 때 대답을 하느냐 안 하느냐,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 등 행동 수정을 요구했을 때 오는 반응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반응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반응들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밥 먹을 때는 산만하긴 한데 대화는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밥 먹는데 한 시간은 걸렸었습니다. 잘 때에는 절대적으로 엄마를 찾게 되고 엄마가 아니면 잠을 자지도 않았었습니다.

아이들도 불만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불만을 정확하게 모릅니다. 표현하는 방식도 세련되지 못하죠. 그래서 불만이 있을 때는 굉장히 행동이 러프해집니다. 동작이 커지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위축되는 경우도 있지요.

감정을 아직 충분히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도 본인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대답을 잘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도 아빠가 필요했던 것이죠. 저희 아내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일단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한 번 씩 안아주고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밥을 다 먹었죠. 주로 식탁에서 저 혼자 먹는데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이 제 주변을 둘러쌉니다.

그리곤 “아빠, 이거 먹어봐” , “아빠, 재밌었어?” 하며 자연스레 하루 일과에 대한 대화가 시작됩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 등을 얘기하게 되고 저도 한의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줍니다. 그리고 몸으로 놀아줍니다.

제가 팔을 들고 있으면 발부터 타고 기어 올라와서 제 허리까지 올라와서 제 팔을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립니다. 아이들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웃음이 백리까지 퍼지는 느낌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엄마와 아빠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내가 행복하면 되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환경을 위해 돈을 잘 벌어다 주고 아이들과 주말 정도는 잘 보내면 되겠다고 아주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나름 이 분야에 전문가인데 저 스스로 그런 합리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합니다.

사실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양이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날 잡아서 멀리 여행가고, 멋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맛있는 것들을 사주고 이런 것은 사실 어른들 기준의 만족이지 아이들 기준의 만족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여름 휴가 기간이지요? 저는 여름 육아 중입니다. 다들 힘드실 거에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저희들을 어떻게 키우셨는지 참으로 존경합니다.

이번 휴가는 어디 멀리 가실 생각 하지 마시고 아이들과 몸과 마음으로 놀 궁리를 할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 더운 여름 모두 가정에서 행복하세요.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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