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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소통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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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24 16: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충청신문=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여름 중순을 지나고 있는 날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밖과는 달리 실내는 아침부터 에어컨 바람이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시원함을 유지하고 있다. 강의실은 에어컨을 언제든 켤 수 있어서 다행이나 하루 종일 옮겨 다니며 실내에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 지인의 소개로 교통대 국제교류팀 한국어 수업을 가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도전하기를 좋아하는지라 선뜻 수업 제의를 수락은 했지만 걱정도 되었다. 열 명이 수업을 받을 예정인데 충주시에서 무술을 전파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선발되어 온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했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오랫동안 하고 있다. 이주여성을 가르칠 때는 같은 나라에서 온 학생끼리 통역도 해주고 지금은 본국에서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무술팀 한국어 교육은 나라가 최하 8개국 정도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한다. 문제는 내가 영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7월 셋째 주 수업을 앞두고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필요한 영어를 노트에 적었다. 영어는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였는데 다시 하려니 어휘도 잘 모르겠고 발음도 어설펐다. 영어권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법도 다시 배웠다.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모든 단어를 노트에 적고 발음이 힘든 것은 한국어로 풀어서 적었다. 수업 전날에도 인터넷을 찾아보며 지도방법을 열심히 배웠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많아서인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른 시간 수업장소로 향했다. 담당자와 만나서 강의 장소에 대한 설명만 듣고 혼자 이동하였다. 시스템은 잘 되어 있지만 낯선 환경이라 컴퓨터를 켜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다. 조금 있으니 복도 끝에서부터 영어가 들리더니 일곱 명의 학생들이 들어왔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쉬운 영어도 어찌 그리 생각이 안 나는지 휴대폰 번역기를 동원해 출신국을 묻고 이름과 나이를 물었다. 인사 나누고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진땀이 났다. 나이는 스무 살 초반부터 서른 살 후반까지 있었고 출신국도 6개국 정도로 다양했다.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번역기의 도움을 받다 보니 수업의 흐름은 원활하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은 정확하지 않은 영어 발음으로 긴장하면서 엉망으로 마쳤다. 
 
수업이 끝난 후 다시 고민이 되었다. 이 수업을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을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고민 끝에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영어를 잘해야 하거나 한국어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접고 우선은 나 스스로 즐기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은 언어를 넘어서서 듣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적 요소보다 비언어적인 표정이나 몸짓, 어투만으로도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전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얼마 전 KBS TV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이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의 상황이 생각났다. 스프레이로 된 모기약을 사 오라는 미션이 주어진 쌍둥이들은 베트남 약국에서 영어로 전달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로 약사와 소통했다. 
 
미국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의사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수업에서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그들의 표정을 눈여겨 보고 천천히 즐기면서 했다. 나라와 문화가 달라도 서로가 통할 수 있는 만국공통어로 의사표현을 하였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수업은 재밌었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러 왔다는 생각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소통을 하였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표현에 함께 소리 내어 웃기도 한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갈 수 있는 앞으로의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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