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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4차 산업혁명이 뭐예요?

안순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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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15 16: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안순택 논설실장
[충청신문=안순택 논설실장] 미리 말씀드릴게요. 4차 산업혁명을 하지 말라는 게 결코 아닙니다. 오해 없기 바랍니다. 다만 이 글을 쓰는 기자가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뭔지 도통 모르겠더라는 얘깁니다.
 
대전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선포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발걸음을 성큼 내디뎠습니다.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첨단국방산업전의 주제도 ‘4차 산업혁명과 미래 군사력 건설을 위한 전력소요 창출’입니다. 대전뿐이 아닙니다. 지자체들은 크든 작든 경쟁적으로 화두를 선점하려고 발 빠르게 뛰고 있지요. 이런 기사를 쓰고 보도하고 있습니다마는, 솔직히 고백하건대 모르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대체 뭡니까?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라는 건 압니다. 그래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쓴 책 ‘제4차 산업혁명’을 사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더군요. 오히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와 정의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이에 따라 경제와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산업혁명을 이해하려면 그 변화를 이끌어 가는 기술을 이해해야 하는 거죠.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기계가,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출현이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면서 혁명을 이끌었지요. 3차 산업혁명은 전자, 통신,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 혁명이라는 것에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기술은 뭘까요. 슈밥은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핵심기술로 지목했습니다. 과연 이들 기술들이 지금 새로 시작된 기술일까요. 디지털 기술, 즉 컴퓨터,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된 파급효과는 아닐까요.
 
우리만 해도 아침부터 밤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선물을 준비하고, 취미로 드론을 띄우고,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에 열광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중심에 서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 4차 산업혁명이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거나 과연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의문이 생깁니다. 4차 산업혁명은 온갖 기술의 집합에 불과하며 슈밥이 헤게모니를 쥐고자 했을 뿐이라며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4차 산업혁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그게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 합니다. 실체를 보라는 겁니다. 인류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을 찾는데 집중해야지 용어에 매달리지 말라는 겁니다. 남들이 하니까, 돈이 보이니까, 베끼고 쫓아가고 부화뇌동해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얘깁니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4차 산업혁명은 냄비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무슨 주문(呪文)처럼 자주 입에 올리면서도 막상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어떤 가치를 주는 건지 진지한 고민이 안 보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연결’이라고 합니다. 눈부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오대양육대주가 한낱 지구촌으로 축소되면서 인류는 거의 실시간 단위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까워졌습니까. 더욱 멀어진 게 현실입니다. 이제 사람과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 사이가 융합되고 연결될까요?
 
4차 산업혁명이든, 어떤 기술이든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중요한 건 미래이지 기술이 아닙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부의 집중이 가속화되고, 정보가 독점되고,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기술이라면 아니함만 못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뒤처지면 우리 사회는 끔찍한 디스토피아에 빠져들고, 반면 이를 선도하기만 한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고통이 해소될 거라는 신화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치료약일까요. 치료약이라도 삼키기 전에 성분과 처방이나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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