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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걱정 마세요. 작은집에서 작은아들이 제사 지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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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12 16: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에게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국가이다. 헌법은 이 같은 사실은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세상을 보는가’ 또는 ‘어떤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가’는 각자의 자유이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사상이나 종교를 채택할 수 있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은 헌법을 통해 사상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실상 특정 종교가 국가종교화 돼 있는 나라가 많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가 비교적 많은 신도 수를 보유하고 있고 원불교, 천도교 등등의 종교도 번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종교분포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은 유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이 어떤 종교를 갖고 있건 간에 생활규범은 유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근면과 성실, 충효와 면학 등은 뿌리 깊은 유교사상에서 비롯된다.

유교는 조상에 제사 지내는 일을 중시한다. 가문을 중시하고 가족공동체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종가나 큰집을 중심으로 씨족 공동체가 장손과 장남의 지휘 아래 조상을 섬기는 일이 일상화 돼 있다. 가문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종가와 큰집, 장손과 장남의 권위는 대단하다. 시대가 변해서 예전과 같은 막강한 권위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

정치를 바라보는 노년층과 청년층의 시각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유교적 전통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유교적 국가관, 가정관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는 노년층들은 종가나 큰집의 권위에 저항하는 것이 불손하다고 생각하듯 국가권력에 항거하거나 국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못한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어도 국가지도자나 국가권력에 불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노년층들은 집안이 잘 되려면 큰집이 잘 되고 큰집의 권위가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적 큰집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에 힘을 실어주어야 나라가 잘 된다고 생각한다. 곁들여 제사는 반드시 큰집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아들이 똑똑하고 잘 났어도 큰아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큰집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념이 깊이 각인돼 있어 노년들의 표심은 늘 같은 곳을 향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상이다.

9년 만에 보수정권이 종지부를 찍고 진보세력에게 국가통치권을 넘겨주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노년층들은 작은집에서 반란을 일으켜 큰집의 제사를 빼앗아 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통적 사고방식을 가진 노년들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집권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큰집에 아들이 없으면 작은집에서 양자를 보내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세대들에게 작은집이 덜컥 제사를 지내겠다고 조상 위패와 영정을 가져가는 일이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만무하다. 그래서 노년층들이 느끼는 허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의 구분과 차별이 없어졌다. 심지어는 아들과 딸의 구분과 차별도 없어졌다. 제사는 반드시 큰집에서 큰아들이 주축이 돼 지내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고정관념이다. 둘째아들, 셋째아들도 같은 부모의 자식으로 부모나 조상에게 올리는 제를 맡을 수 있다. 큰집의 형편상 제사를 지내는 일이 어려우면 작은집에서 제사를 지낼 수도 있는 일이다. 어차피 작은아들이 제사를 지내기로 했으면 열심히 참여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어르신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작은집이 제사를 지내겠다고 하니 왠지 불안하고 믿음이 가지 않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당부드리고 싶다. 아무리 믿음이 가지 않고 불안해 보여도 믿고 맡겨주어야 한다고. 작은집에서 작은아들도 제사 모실 수 있다. 그들도 집안의 자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믿음도 갈 것이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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