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법률사무소 다올 이한나 변호사] 부부가 이혼하더라도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은 자녀를 만날 수 권리가 있다. 이를 면접교섭권(面接交涉權)이라고 한다. 부모와 자녀 상호 간에만 누리던 면접교섭권을 조부모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작년 12월 조부모의 면접교섭권 규정이 신설되었고, 올해 6월 3일부터 시행되었다(민법 제837조의2). 이제는 조부모도 미성년인 손자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이 규정을 신설하게 된 이유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이 사망하거나, 중환자실 입원, 군복무, 교도소 수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자녀가 오로지 친가나 외가 중 한쪽 집안과 교류하게 되어 양쪽 집안 간의 균형 있는 유대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은 자녀의 심리적 안정과 건전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여 최소한의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근거로, 조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사망이나 질병, 외국거주,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미성년 손자녀를 만날 수 없는 경우 자신의 자녀를 대신해서 손자녀를 만나게 해달라고 가정법원에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인정될 수 있을까?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첫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서울가정법원 심판은 2016년 2월에 조부모의 면접교섭권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법해석으로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처음으로 인정하였고, 이후 민법 개정에 영향을 주었다. 이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청구인인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손주를 낳은 후 사망하자 손주를 정성으로 양육해왔다. 외할머니는 자신의 사위, 손주와 함께 생활하였고, 손주의 발달 상황과 건강 상태, 손주에 대한 걱정과 손주를 양육하는 즐거움 등을 꼼꼼히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사위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며 자신의 자녀를 키우겠다고 했다. 외할머니는 이를 거부하며 손주를 데리고 집을 떠나 피하기도 했지만 결국 손주를 사위에게 보낸 후 계속 만나지 못하다가, 법원에 손주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청구에 대하여 법원은 ‘외할머니가 자신의 딸을 대신하여 손주를 3년 가까이 양육하며 깊은 유대와 애착관계를 형성해왔는데, 그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은 아이의 복리와 건전한 성장에 부합하지 않는다. 외할머니는 이미 사망한 자신의 딸을 대신하여 손주의 면접, 교섭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