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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느 비정규직 코디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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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07 16:36
  • 기자명 By. 김덕용 기자
▲ 김덕용 세종본부장

A씨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등을 관리하는 일명 ‘코디’다. 회사에서 제품을 렌탈한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제품이 고객에게 제대로 서비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그의 일이다.

비정규직이라 기본급은 없다. 제품 하나를 점검하면 5000원의 점검비가 나온다. 한 달 바쁘게 뛰면 250개 정도를 점검하는데, 250개×5000원=125만원이 한 달 수입이다.

여기서 한 달 점심값으로 10만원, 자동차 연료비 20만원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건 90만원이 고작이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또는 제품 홍보를 위해 작은 선물이라도 구입하면 남는 게 없다.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지만 생계를 잇기조차 힘들다고 토로한다.

회사가 사령부라면 일선에서 전투를 치르는 요원들은 코디다. 이들은 제품에 대한 불평, 회사에 쏟아지는 불만을 온 몸으로 막고 있다. 아마 수많은 고객들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렌탈료는 적지 않은 금액일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이들에게 건강보험조차 들어주지 않는다. 정규직이 아니고 개인사업자(코디)라는 이유다. 그러니 신입 코디들은 한두 달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 만다.

“남들처럼 나도 내 아이들에게 피자 한 판 제대로 먹이고 싶다.” 코디는 탄식한다.

비정규직이 겪고 있는 불평등과 갑질 논란에 대해 익히 보고 들어왔다. 정말 비정규직은 피곤하다. 신분상 겪는 비애가 너무 크다.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 뜨거운 핫이슈가 되고 있다. 문제인 대통령이 취임 며칠도 안돼 인천공항을 방문, 임기 내 공공부문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고, 이에 발맞춰 인천공항측이 비정규직 1만명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일련의 움직임이 그런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공공부문은 그렇다 치자. 민간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물론 꼭 필요한 일이다. 그에 앞서 회사와 책임자들의 ‘열린 마음’, ‘인간존중’의 정신이 더 시급하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함께 뛰는 ‘동료’ 아닌가. 계약한 급료를 지불했으니 시키는 대로나 하고,‘남의 사정’은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갑질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동료’로서 최소한의 삶은 누리도록 함께 나눈다는 기업들의 의식개혁이 더 먼저다.

김덕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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