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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물처럼 공기처럼, 대전의 복지 리더십

송은주 대전복지재단 동복지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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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01 16: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송은주 대전복지재단 동복지지원단장] 최근 우리의 가장 큰 화제는 새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리더십 부재를 경험한 터라 더욱 새롭고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복지분야는 전국적으로 동 복지허브화가 추진되면서 우리 지역에도 복지생태계에 많은 환경변화가 있다. 
 
변화의 시기에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특히 강조되는데,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닌 가치와 철학이 반영된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 역시 동 복지허브화를 추동하는 대전지역 복지 리더십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노자는 네 종류의 지도자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지도자가 할 일을 다 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이 모든 것을 우리가 해냈어"라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둘째,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셋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네 번째로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신의가 모자라면 불신이 따르게 마련이다.
 
첫 번째 유형은 다스리는 것을 하지 않아 잊혀진 것이 아니라 백성의 필요에 따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공기처럼 드러나지 않게, 순리대로, 뒤에서 잘 다스려 나가기 때문에 백성이 근심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사람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찬양하는 지도자로 유가에서 이상으로 삼는 덕치주의 지도자가 여기에 속한다.
셋째 유형은 법가에서 떠받드는 법치주의 지도자이다. 법과 형벌로 다스려 백성이 꼼짝 못 하고 따라오게 하는 정치 지도자로서 흔히 독재형이다.
 
넷째, 가장 저질의 지도자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부류이다. 스스로 도덕성을 상실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 정의니 인도주의니 하고 떠들어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콧방귀나 뀐다.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간다’ 묵묵히 사람들의 안녕만을 생각할 뿐 홍보니 공보 영화니 하는 것들과 무관하다. 그러니 일이 잘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모두 자기 자신의 덕인 줄로 생각한다. 이런 지도자 밑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나 훌륭한 업적을 자신의 덕이라고 생각하고 보람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라나 사회나 집안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바르게 되어간다는 뜻이다. (도덕경, 노자 원전·오강남 풀이 발췌)
 
동 복지허브화는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주민이 힘을 합쳐 동을 중심으로 내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먼저 찾아 나서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개인과 가족에게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나 공동으로 겪는 사안들에 대해 마을주민들이 함께 나서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 일이 잘될 수 있도록 관계된 공공기관과 복지기관들은 주민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민이 주체적으로 마을공동체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해야 할 일에 주민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며, 특정 단체, 자원봉사단이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에서는 우선적으로 대전시와 대전복지재단, 사회복지관협회, 노인복지관협회, 장애인복지관협회가 함께 동 복지허브화를 촉진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주민주도의 마을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도록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리더그룹이 먼저 다양한 형태의 토론과 회의, 의견수렴의 과정들을 꾸준하게 진행하며 서로 협력하고 있다. 공공과 민간이 가지는 관계의 한계, 종별 복지관의 역할과 기능도 다르고 민관협력의 경험도 다르지만 주민들의 의미있는 삶,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여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
 
필자는 이런 모습에서 노자가 말하는 첫 번째 리더십과 두 번째 리더십이 떠올랐다. 각자의 자리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 텐데 마치 공기처럼 드러나지 않게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런 리더십은 조직과 구성원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 안정과 신뢰는 구성원과 조직이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고 주민들이 마을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촉진제가 될 것이다. 결국 본래의 목적대로 주민 중심의 마을공동체를 이루게 할 것이다.
 
대전 복지 현장에는 좋은 리더십이 참 많다.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마치 물과 같아서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고, 쓰임 또한 두말 할 필요가 없지만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을 가지고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리더십.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고, 실천하는 그 모습이 참 귀하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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