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협력업체 10곳 중 6곳은 이러한 부당한 단가 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하고 있었다.
2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과 4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하도급 거래 부당 단가 결정 애로 조사' 결과를 보면, 14.3%가 '부당 납품 단가 결정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또 이 가운데 34.9%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뒤 합의를 강요'했다고 했으며 23.3%는 '지속적인 거래 관계 보장을 전제로 부당하게 납품 단가를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이 19.3%로 가장 높았고 '전기·전자업(15.9%)', '자동차업(13.3%)'이 뒤를 이엇다.
조선업의 경우 노무비가 원가 구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확한 납품 단가 산정이 어렵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선박부품 업체 A사는 단가를 협상할 때 대기업 구매 담당자로부터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받고 계약서에 도장을 강요받았다.
또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B사는 매해 3%의 단가 인하를 조건으로 대기업과 계약했다. 거래 보장을 전제로 계속 단가 인하를 요구받은 것이다.
의료 잡화 부자재 제조업체 C사는 견적서를 작성해 대기업에 제출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 견적서를 작성해 C사에 전달하는 방식을 오래전부터 이어 오고 있다.
협력업체 가운데 62.8%는 '부당한 단가 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공정 개선을 통해 부당 단가 결정에 대응'하는 업체는 9.3%에 불과했다.
대기업이 부당하게 단가를 정하는 이유에 대해선 51.1%가 '과도한 가격 경쟁'을 꼽았다. 이어 '경기 불황(14%)', '업계 관행(11.%)' 순이었다.
대기업의 가격 경쟁에 따른 부담이 협력업체로 전가, 수익성 악화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바라는 정책 방향은 '자율적인 상생 협약 유도'가 45.3%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판로 다변화(19%)', '모범 하도급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19%)' 순이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 단가 협상이 많이 이뤄지는 연말·연초에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대적 홍보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일방적인 단가 인하보다 공정한 방법을 통해 협력 업체와 함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