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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건축의 의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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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21 19:0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충청신문=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삶을 건축과 함께했지만 도대체 ‘건축이란 무엇인가’라고 하면 건축은 예술과 기술의 종합적 학문이라는 이상적인 이론에 익숙해 있다.
 
건축을 얘기할 때 도대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건축에 대해 얼마만큼 깊이 알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면 막막해질 뿐이다. 
 
그만큼 건축은 알면 알수록 범위도 넓어지지만 깊이도 깊어져서 결국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지는 않지만 건축에 다가가고 있다. 
 
눈을 뜨고 주위의 경관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디자인이 많이 있다. 생활 속에서 언제나 누구에게 감명을 주는 대상이 우리 주위에 항상 있어 왔다. 유행에 현혹되지 않고 그 시대 사회 생활의 특징을 나타내는 디자인은 저마다의 고유한 형태와 지혜가 돋보인다.
 
모든 문명은 각 세대의 대표적 건축물을 만들고 있다. 건축물들은 세부적 디테일뿐 아니라 작품전체를 다듬는 조화를 이루는 시각에서 우리에게 감명을 준다. 사용된 건축재료, 새로운 기술, 그에 대한 형체는 특출한 멋이 있다. 건축이 사람에게 감명을 주는 것은 재료, 기술, 형태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건축이란 인간을 위해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자연은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이고 이러한 아름다움은 기능, 구조적 안정성과 함께 건축행위를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 근간이 된다. 또한 비투루비우스는 건축을 정의해 주는 기능, 구조적 안정성, 그리고 미라는 세 가지 기준은 모두 자연 속에 엄격한 법칙으로 숨어 있으며 건축은 이것을 찾아내어 응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축은 자연 속의 모든 구성 요소와 산, 공기 그리고 우리 자신들, 이 모든 것들은 지금까지 존재해온 빛에 의해 만들어졌다. 부서지기 쉬운 이와 같은 모든 물질들은 하나의 그림자를 만들며, 이러한 그림자는 빛에 귀속된다”는 루이스칸의 말이 새삼 머리에 맴돈다.
 
10대에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담당한 첫 공사현장은 진천소재 학교 현장이었다. 이 현장을 감독하면서 만난 분은 이 공사를 수주한 회사대표 박 사장이었다. 사회 초년생이라고 친절하게 지도해 주셨다. 공기에 맞춰 준공하려고 공정을 점검하며 매우 바쁜 나날이었다. 건축공사 실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전문가들에게 배우면서 일했다. 그런데도 주위에서는 진정한 감독관으로 대우해 주었다.
 
그런 어느 날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여느 때처럼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에서 마주친 박 사장께서는 음료수를 건네면서 말을 건넸다.
 
“좀 앉게나. 자네도 힘들지,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일 하는군” 
 
“여러모로 부족하니 잘 지도해 주십시오” 했더니 갑자기 어려운 질문이 날아왔다.
 
“자네는 집을 짓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거야 건물주가 행복해지기 위해서겠죠.”
 
얼떨결에 뭔가 불확실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박 사장은 나를 응시하며 나의 대답을 이어받았다. 
 
“난 말이야, 그 집에 실제로 거주할 사람이 건강해지고 출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네”
 
나는 순간 그의 얼굴을 보았다. 저물어 가는 새빨간 태양을 뒤로하고 있는 박 사장의 얼굴에는 후광이 비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48년이 흘렀다. 그 동안 공사현장과 사무실에서 건축의 목적에 대해 나 스스로도 생각해 보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 보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박 사장의 한 마디는 깊이를 더해만 갔다. 우선 건물주가 아니라 실제로 거주할 사람이라고 말한 점이 그러하다. 우리들은 자칫 ‘거래처’라고 하면 돈을 지불하는 시행자(건물주)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이 건물에 살 사람을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하였다. 남편이 발주자라고 하더라도 그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아내가 만족해야 비로소 남편도 기뻐한다. 사무실에서도 실제로 입주한 업체가 만족해야 비로소 건물주도 흡족해한다는 사실을 종종 체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집에 살 사람이 건강해지도록 세심하게 집 짓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출세의 의미는 실제로 거주할 사람이 각자의 개성대로 지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뜻으로 이른바 ‘입신출세’와는 그 의미가 다르지 않는가. 즉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참 잘 지은 건물이라고 칭찬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박 사장께서는 가르쳐 준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가업을 이어받은 아들이 회사대표이다. 그가 내가 시무하는 교회 성전을 짓고 있으니 새삼 집을 짓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성전건축을 기대하는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진정한 건축의 의미를 일깨워 주신 박 사장님 그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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