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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권 침해로 부끄러운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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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15 15: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어제(15일)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그 은덕에 감사를 전하는 행사가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 여러 학교에서 열렸다. 편지로 축하하고 제자들이 정성스레 마련한 과자 몇 봉지로 조촐한 모임을 갖고 사제 간 거리를 줄이는 행사들이 이어졌다. 사제동행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1963년 처음 지정되고 폐지와 부활의 사연을 겪으며 해마다 맞는 날이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아쉽다. 행사는 열리지만 가슴 뭉클하기보다 무언가 허전하다. 우리 사회를 떠받칠 동량을 길러내는 막중한 사명을 띤 선생님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하지 않은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물과 관련해 학생들의 문의가 국민권익위와 인터넷에 쇄도했다고 한다. 반 친구들과 돈을 모아 선생님께 케이크를 사드리려고 한다, 괜찮은가? 합주부 80명이 3000원씩 내서 선생님께 20만원대 지갑을 사 드려도 되는가? 빵을 만드는데 다른 선생님들께는 쿠키 하나씩, 담임선생님께 케이크 하나 만들어 드리려고 하는데 법에 걸리진 않는가? 이런 질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질문도 있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기간제 교사·방과후학교 교사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가? 초·중·고교의 산학겸임교사 등 비전임교원도 법 적용대상인가 하는 질문이 많단다. 감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이것저것 따져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최근 국민권익위는 학교 졸업식이나 스승의 날에 학생 대표가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려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주장대로 김영란법 제정 취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스승의 날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선물은 허용하는 게 옳다. 법 취지는 살리면서 실정에 맞게 적용 수위를 잘 조절했으면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그보다 먼저 풀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교사들이 도리어 학생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는 씁쓸하다. 교사가 흔들리면 교육도 흔들린다는 점에서 교권확립을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전국 초·중·고에서 학생들에 의해 발생한 교권 침해가 1만3029건이나 된다고 한다. 폭언과 욕설, 수업 진행 방해, 성희롱, 폭행 등 가볍지 않은 것들이다. 학부모의 교권 침해도 244건이나 됐다. 학부모가 교사를 무시하는데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사례도 7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527건이나 됐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교권 침해 사례는 2~3배 이상 늘어날 거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같은 교권 침해에 교사는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교총 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겠냐는 질문에 절반 정도만 그렇다고 대답한데서 이들의 답답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교사를 함부로 대하는 그릇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러자면 가해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깨닫도록 하는 한편으로 잘못에 엄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성장기의 일시적 일탈을 넘어선 잘못까지 눈감아 주면 학생에게 폭력 둔감 정서를 심어줄 수도 있다. 교육당국과 학교 또한 교사를 존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교사의 처우와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내 자식 감싸고도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스승의 날의 불씨는 논산 강경고의 전신인 강경여고가 지폈다. 강경고의 자랑이자 충남의 자랑이기도 하다. 충청은 이처럼 스승 공경의 전통이 강하다. 그럼에도 학생이 여교사의 뺨을 때리고 얼굴을 향해 교과서를 집어던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교사에게 “죽여버리겠다”고 전화하는 학부모도 있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선인가를 자문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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