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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지도자(指導者)의 도(道)

안순택 논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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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11 16: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안순택 논설 실장] “얼굴이 참 좋아 보이십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깨너머로 누군가 말을 걸어옵니다. 지금껏 잘 생겼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터라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았더니 훤칠한 청년이 서 있습니다.
 
“얼굴이 좋으신 걸 보니 조상님이 덕을 많이 베푸신 듯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내 얼굴이 잘생겼다는 건 아니잖아, 하고 생각하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 옆구리를 훅하니 치고 들어옵니다.
 
“도를 아십니까?”
 
아이고. 이 청년이 말로만 듣던 ‘도 청년’이구나. 마침 기다리던 버스가 오기에 미안하다 하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버렸습니다.
 
버스에서 생각했습니다. 도라는 건 과연 뭘까? 저 청년은 정말 도를 알고 있는 걸까….
 
도는 한자로 ‘길 도(道)’자를 씁니다. 우리말 길은 사람이 갈 수 있게 땅 위에 나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길을 따라 오고 갑니다. 그리 보면 사람이 삶을 살면서 마땅히 따라가야 하는 길이 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문학자라는 것만 알고,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제목이 무언지 가물가물하지만 그가 쓴 칼럼에 이런 내용이 기억납니다.
“한자에서 ‘길 도(道)’자는 길을 나타내는 ‘착(辶)’에 사람 머리를 뜻하는 ‘수(首)’를 올려놓은 모양이다. 수는 머리를 뜻하지만 그중에서도 눈을 강조한 글자다. 이 둘이 합쳐진 ‘길 도(道)’는 갈 길을 아는 사람, 곧 ‘길 눈 밝은 사람’을 뜻한다.” 
 
이 글에 기억에 남은 대목이 있습니다.
 
“‘도(道)자’는 ‘길’과 ‘사람’이 만난 모양의 글자로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이란 뜻이다.”
 
‘길 눈 밝은 사람’, 생각은 지도자로 번져갑니다. 지도자는 ‘가르킬 지(指)’ ‘인도할 도(導)’ ‘놈 자(者)’ 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어떤 목표나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란 뜻이지요. 그런데 ‘인도할 도’자엔 ‘길 도’자가 들어있습니다.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로 이끄는 눈 밝은 사람이 지도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다른 많은 사람들을 이끌려면 무엇보다 믿음을 줘야 합니다. 이 사람만 믿고 따르면 삶이 달라질 거라는 희망과 확신을 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려면 우선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도자에게 최고의 덕목은 도덕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한자 ‘덕(德)’자도 도(道)자와 같습니다. 덕자 왼쪽의 ‘척(彳)’은 길을 뜻합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열십(十), 눈목(目), 하나 일(一), 마음 심(心)이 위아래로 놓여 있습니다. 도(道)자와 같이 길과 눈이 있습니다. 그것도 눈이 열 개나 됩니다. 그러니 덕(德)도 ‘길 눈 밝은 사람’입니다.(그러면 노자의 ‘도덕경’은 도와 덕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오래된 ‘길 안내 책’인 셈입니다. 너무 주제넘은 생각일까요?)
 
지도자는 ‘길 눈 밝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시대정신, 즉 시대가 요구하는 걸 정확히 꿰뚫고 읽어내는 사람입니다.
 
경제계는 벌써 꿰뚫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은 올해의 화두로 ‘반응하고 책임지는 지도자(Responsive and Responsible Leadership)’를 제시했습니다. 반응한다는 건 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자발적으로 대응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반응하는 지도자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원하는 방향대로 요구를 들어줄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책임진다는 건 자신의 결정이나 행위가 우리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법적 그리고 윤리적 책임을 자임하는 것이지요.
 
반응과 책임은 지도자에게, 특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우리 정치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하루빨리 시대의 요청을 반영한 정치적 의제를 제시하고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라는 겁니다. 시대정신을 구현하려면 리더십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능력까지 담는 것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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