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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1인당 GDP 3천 달러와 4만 달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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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01 16: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동네에서 온통 못된 짓만 하고 다니는 동생이 있다.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를 치고, 아무에게나 삿대질을 하고 덤벼들어 모든 동네 사람들에게 골칫거리다. 언제 어느 때 무슨 방법으로 누구에게 시비를 걸지 몰라 동네 사람 모두가 항상 긴장한다. 어른들도 못 말리는 대책 없는 동생 때문에 동네가 조용할 틈이 없다. 가정을 꾸린 가장이라고는 하지만 가난하기 이를 데 없어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아가지만 돈을 벌고 잘 사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싸움질할 궁리만 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같은 부모 밑에 태어난 형과 동생인데 어쩌면 그렇게 다르냐고 수군거린다.

북한을 두고 있는 우리의 처지이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은 오랜 세월 식량과 자원의 부족으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고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에만 치중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 주민들은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핵무기 개발에만 진력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북한의 경제 고립시키기에 나서고 있지만 북한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뜻을 꺾지 않고 있다.

애틋한 마음으로 경제 원조를 하기도 하고, 주변국들과 결합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지만 북한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남한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고의 골칫덩이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 문제는 정치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문제, 사회문제, 역사와 문화문제 무엇 하나 우리와 연관돼 있지 않은 것이 없다. 함께 가야 할 존재임에는 분명한데 도대체 함께 가는 일에는 관심 없고 오히려 도움을 뻗치는 손길에 공격을 가하니 난감하다.

평소 북한과 관련된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갖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 나만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남한 국민이 같은 의문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주변국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북한주민들이 저토록 굶주리고 가혹한 통치체제에 시달리면서도 왜 저항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다. 아무리 외부 세계와 차단돼 있고, 어려서부터 지독한 세뇌교육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상황이 저 지경인데도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해답을 찾았다. 북한 전문가로부터 특별강연을 들으며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됐다. 전문가의 답변은 짧지만 명쾌했다. 그는 1인당 국민총소득(GDP) 3000 달러에 주목했다. 남한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독재정권과 맞붙어 싸우는데 필요한 지적, 물리적 에너지가 발산되기 위해서는 국민 1인당 GDP 3000 달러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3000 달러에 미달되면 저항의 에너지가 분출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었다.

그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를 제시했다. 북한의 3000 달러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수치가 남한의 4만 달러 달성이라는 것이다. 3000 달러에 이르러야 저항할 힘이 생긴다는 말과 더불어 4만 달러에 이르러야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민족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말에도 동감을 느꼈다. 현재의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 외에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자꾸 꼬여만 간다.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남한이 4만 달러 시대를 열어 젖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상적으로만 이해하려던 남북문제를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해석하는 설명을 들으니 한결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3000 달러를 달성해야 불의에 대한 저항의 에너지가 분출된다.’ ‘4만 달러를 달성해야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민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과연 옳은 분석인 것 같다. 북한은 현재 1800 달러 수준이고 남한은 2만7000 달러 수준이다. 북한이 3000 달러, 남한이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면 분명 한반도 문제가 전환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되니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막히고 답답하기만 했던 마음에 이제 좀 뚫리는 기분이 든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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