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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스무 살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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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5.01 15: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충청신문=한기연 시인. 평생교육강사] 화려한 벚꽃이 꽃비처럼 내리던 거리에는 꽃길 조성으로 심어 놓은 튤립, 양귀비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이는 지천명에 가깝지만 마음은 거꾸로 가는 것처럼 청춘의 감성으로 ‘아! 예쁘다!’를 소리 내며 혼잣말을 해 댄다. 요즘은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하늘도 보고 목련꽃이 지고 난 잎의 초록에도 흠뻑 빠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감성에 젖어 봄을 만끽하고 있다. 
 
지난 목요일은 봄 처녀처럼 옷을 입고 뜻깊은 강연회에 참석했다. 학창시절부터 시를 좋아해서 낙서처럼 썼고, 결혼 초 J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등단하면서 동인회 활동을 했었다. 해마다 동인집을 발간하였고 올해 20주년 기념으로 문학강연을 열게 된 것이다. 소박하게 문인협회 식구들끼리 자축하는 자리였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 올해의 ‘수필가상’을 수상하신 B 선생님의 축사가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가슴에 사막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짧은 말씀은 오래도록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막은 모래나 바위, 돌로 덮여 있어 풀 포기조차 구경하기 힘든 황량한 곳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사막은 글을 씀에 있어서 안주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이셨다.
 
특강을 해 주신 교수님께서도 ‘시인은 확언하지 않는다’라며 언어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일상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작년에 첫 시집을 내면서 내가 쓰는 시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투적이고 일상적인 언어와 겹치는 시어가 많았다. 해설을 맡아 주신 H 선생님께서는 시를 너무 쉽게 쓰고 있다며 질책하셨다. 그러면서 공부를 더 한 다음에 책을 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책을 내야만 하는 사정이 있어서 우여곡절 끝에 부끄러운 첫 시집을 내게 되었다. 
 
등단하면서 활동하게 된 동인회가 벌써 20년이 되었다. 동인회원 중에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시에서 깊이가 느껴지고 자신만의 시어를 찾고 성장해 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회원도 많다. 그들을 보면 늘 제자리에 서 있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시를 쓴다는 오만함으로 고뇌 없이 과장된 언어를 사용하고, 매년 동인지에 낼 시 몇 편이 시작활동의 전부였다. 첫 시집을 내면서 시에 대한 깊은 반성이 시작되었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스무 살 성년이 된 동인회에 시를 냈다. 성년이 된 동인회를 축하하는 강연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만 19세를 맞은 이들을 축하해 주는 성년의 날이다. 성인으로서 자각과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 주는 날로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하며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앞으로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사랑하는 뜻으로 장미꽃을 꽃을 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향기를 풍기는 좋은 사람이 되라는 뜻의 향수를 선물하기도 한다. 스무 살 청춘에게 해 주고 싶은 말로 슈바이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내부에서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안에 빛이 있으면 밖은 스스로 빛나는 법이다’라고 했다. 내면을 가꾸면 저절로 겉모습이 빛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둘째 아들이 스무 살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하였다. 타지에서 스스로 모든 일을 해 나가는 아들이 성인으로 잘 성장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고마웠다. 성년의 날을 축하하며 슈바이처의 말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잘 가꾸라는 말과 향수를 선물해 주고 싶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될 아들이 未성년에서 美성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줄 요량이다. 나 또한 동인회의 성년 됨을 축하하며 가슴에 문학이라는 사막을 간직하고 꽃을 피우도록 고민해봐야겠다. 다시 청춘의 감성으로 시작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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