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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휴지 모아 만든 장학금, 아름다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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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4.19 15: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경쟁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는 지금, 이웃을 좀 돌아보라는 따끔한 회초리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 대덕구에 사는 김국자 할머니(78)가 폐휴지를 주워 팔아 모은 돈 400만원을 어려운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대덕구에 내놓았다. 김 할머니는 “폐지를 모으는 것은 내가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건, 남편을 일찍 여의고 2남 2녀를 홀로 키우며 학비 지원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고 싶으나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오정동 일대를 매일 돌아다니며 버려진 종이박스, 신문 등 폐휴지를 수거해 팔아 돈을 모았다는 것이다.
 
남을 돕는 선행에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불경이나 성경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베풂을 보다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인다. 불경 현우경(賢愚經)의 ‘빈자일등(貧者一燈)’, 성경 누가복음의 ‘과부의 헌금’ 이야기가 그렇다.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속담도 있지만, 자신의 처지도 넉넉지 않으면서 기부에 나서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아름다운 기부가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한다. 
 
할머니는 “과거에는 폐지를 수거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폐지 값이 꽤 됐는데, 요새는 사람도 많아지고 값도 떨어져 수입이 얼마 안 된다”며 “몸이 늙어 점점 힘들어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기부에는 아무 조건이 없다. 그러기에 더 아름답고 향기가 짙다.
 
잊고 있어 그렇지 요 며칠 사이만 돌아봐도 나눔의 소식이 줄을 이었다. 대전 동구는 올해 1차 모아모아 기부데이 물품 전달식을 열었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모아모아 기부데이는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치약과 샴푸, 라면 등 생필품을 모아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행사다. 지금까지 4만7310여 점, 1억2600만원 상당의 물품이 후원됐다. 이번에도 구청 직원과 주민, 보건대, 한전 대전충남지역본부 등에서 기부한 124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푸드마켓 2, 7호점에 기탁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국립중앙과학관후원회는 과학기술분야 소외 계층 지원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월급 나눔 협약을 맺었다. UST 직원들은 월급에서 매달 1000원 이상을 떼어 기부하고, 기부금은 대전 소외지역 아동과 과학교실 지원 등 과학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쓰이게 된다.
 
충북도의회는 진로·직업 체험, 자유학기제, 방과후학교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에 지자체·대학·기업이 능력을 기부하는 교육 기부 활성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배워서 남 주는 봉사다. 옥천군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옥천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행복나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행복나눔이 무슨 뜻인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적십자 대전세종지사에 1억 원을 기부, 적십자 아너스클럽 대전·세종 1호가 됐다. 전국으로는 43번째다. 
 
지난 연말과 연초 얼어붙은 경제에도 충청지역 사랑의 온도탑은온정으로 100도를 훌쩍 넘어서며 끓어올랐다. 살림살이는 팍팍함을 더해가지만 기부 문화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음을 본다. 이는 우리 국민의 또 다른 저력이다. 특히 최근 기부 코드가 ‘조건 없는 소액’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기부는 남을 경유해 나에게 돌아오는 행복이다.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가 감사와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든다. 더 갈라지고, 부딪히고,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를 어루만지고 더불어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부문화 확산은 우리의 공동체를 진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김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가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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