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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산내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 왜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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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3.27 18: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황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과거 산내 골령골(원 명칭은 곤룡골)로 불렸던 동구 낭월동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군 헌병대와 경찰에 의해 자행된 ‘산내 민간인 학살사건’이 벌어진 장소로,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 수형자들과 좌익인사 교화를 위해 조직된 국민보도 연맹원 등 수천 명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학살을 당한 곳이다.

한국전쟁 전후 단일장소로는 최대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고,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로 지리적 접근이 아주 용이하고, 무엇보다도 보도연맹, 여수·순천사건, 제주 4·3항쟁 관련 민간인 희생자 등 서울에서 제주까지 대다수 지역민들이 고루 포함되어 있는 곳이다.

필자가 15년전에 이 곳의 문제점을 파고들 때만 하더라도 대전에서는 거의가 관심은커녕 쉬쉬할 정도였고, 오히려 알면 다친다는 격으로 깊이 개입하면 ‘빨갱이’ 소리를 듣는다며 귀띔을 줄 정도였다. 한마디로 정치를 오래 하고 싶으면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충고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빚어낸 한국전쟁도 아니건만, 애꿎게 발생한 전쟁으로 그 엄청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전쟁의 참상이 빚어낸 전국 도처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지역만 해도 무려 669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가 만난 상정아 박사는 ‘KW-669’(한국전쟁 669) 라는 상징어를 만들었다. 축약어를 좋아하는 현 시류도 그렇지만, 특히 산내 골령골이 전국에서 단시일내에 가장 많은 희생을 초래한 곳이며, 전국의 희생지역을 대표하는 의미로 보면 이 용어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대전시는 지난 2016년 8월 23일 행정자치부로부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전국 위령시설’조성부지로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민간인 집단 희생지가 선정되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5년 동안 총사업비 약 300억 원 규모로 추모 및 봉안관, 교육·전시관, 평화공원, 조형물, 상징물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산내 민간인 학살사건’의 피해 당사자이자 추모사업의 직접적인 대상자인 집단희생자의 유해 발굴 및 현장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수습된 유해 관리 또한 엉망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대량 학살이 자행되었는데, 조사를 통해 확인된 민간인 희생자는 최소 1800명, 각종 기록에 의하면 최대 70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발굴 작업을 통해 확인된 유해는 단 수십 구에 불과하고, 매장 추정 지역의 땅이 대부분 개인 소유지이고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되어 발굴 작업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사건의 진실은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해산되면서 이 일대에 매장된 유해는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한 채 땅속에 묻혀 있고, 희생자 유족들은 지속적으로 유해 발굴 재개를 정부에 요구했지만 수년째 아무런 후속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추모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희생자의 유해 발굴과 명예회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에 대전광역시의회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들의 마음을 담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고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국민화합과 인권회복에 기여하고 산내 골령골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에 대한 조속한 유해발굴 사업과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하여 ‘산내 골령골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유해 발굴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 건의한 바 있다.

정부는 이미 제주4·3항쟁, 노근리, 거창, 산청·함양 등지의 민간인 희생지에 대해서는 각각 특별법을 제정하여 추모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다하였다. 그런데 이제 마지막 마무리 지어야 할 추모지역으로 대전 산내를 선정하여 전국의 희생자들을 집결시키고자 하면서도 정작 특별법을 만들지 않고 끝낼 심산이다.

전국에 흩어진 채 떠도는 유골과 유족들이 산내로 집결될 것을 생각하면 그 규모나 상징성을 생각하더라도 대충 마감질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전은 국토의 중간에 위치하여 한국전쟁 시에는 피아간에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많은 살상이 벌어진 곳이다. 산내는 아군이 퇴각하면서 많은 살상이 일어났고, 목동교도소는 적군이 퇴각하면서 또한 끔찍한 살상이 일어난 비극을 안고 있다.

그래서 전쟁의 참상이 빚은 결과를 알려면 대전을 찾고 알아야 한다. 구천에 떠도는 영혼들이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됨을 우리 후손들에게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대전이다.

그렇기에 대전은 더욱 애잔할 뿐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다른 곳과 달리 특별법도 없이, 과거사를 대충 설거지하려는 모습이 부끄러운 것이다.

황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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