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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처참한 몰골의 세월호, 우리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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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3.27 15:54
  • 기자명 By. 충청신문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녹슬고 긁힌 상처투성이의 처참한 몰골이 우리의 가슴을 짓누른다. 지켜보는 마음은 참담하다. 침몰에서 구조 실패, 늑장 인양까지 모든 것이 잘못돼 왔음을 세월호는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다.
세월호가 남긴 상처는 크고 깊다. 172명의 생존자에겐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숨진 296명의 유가족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회한을 안겼다. 무엇보다 세월호 안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구의 시신 미수습자가 있다. 
 
누구보다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사람들은 3년 가까이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일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이 이들 미수습자 수색작업이다. 3년 동안 진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애타게 찾아온 미수습자 가족의 염원대로 인양된 선체에서 미수습자가 모두 나오기를 바란다.
 
 침몰 과정을 밝혀줄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다. 인양 후 선체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세월호 선체 조사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도 지난 21일 공포·시행됐다. 이에 따라 선체조사위가 곧 출범해 최장 10개월간 조사 활동을 벌이게 된다.
 
조사위의 임무는 선체 조사와 미수습자 수습 및 유류품 수습 과정 점검, 선체 처리에 관한 의견 표명 등이지만 가장 큰 몫이 선체 분석을 통한 사고 원인 조사다. 지금까지는 무리한 선체 개조와 과적, 조타수의 조타 미숙 등이 겹쳐 침몰한 것으로 수사와 재판에서 규명돼왔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의 석연찮은 행적에다 일부 학자와 누리꾼들의 레이더 영상 분석 자료 공개 등으로 충돌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정부 불신의 벽이 높았다. 이번 선체 조사로 진실이 가려지길 기대한다.
 
사고 이후의 부실 대응과 그 책임 문제도 밝혀야 할 과제다. 현장에 출동한 목포해경 123 정장 한 사람이 징역 3년형을 받았을 뿐 청와대와 정부, 해경 수뇌부의 책임은 하나도 밝혀지거나 단죄되지 않았다. 진상 규명 은폐·방해 행위의 전말을 밝히고 책임자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이 재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을 인용한 헌법재판소도 해경 123정 등 구조대가 퇴선 안내를 신속하게 했더라면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을 거라 했다.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세간의 지적은 엄연한 민심이다.
 
세월호의 흉물스런 모습은 정부의 무능과 지도자의 불성실, 어른들의 탐욕과 안전 불감증, 사후대책을 국론분열과 정치인의 이기심 등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세월호 참사 후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은 나아졌는가. 정부가 ‘국가 개조’까지 선언하면서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지만 애꿎은 해경만 해체됐을 뿐 뭐가 달라진 게 있는가. 지난 3년 동안에도 지하철끼리 추돌하고, 환풍구가 무너지고, 요양원에서 불이 나고, 버스가 전복됐다. 아무리 무슨 장관급 안전 부처를 만들어봐야 소용이 없다. 국민은 여전히 ‘설마’하는 안전 불감증에 젖어 있고 공무원들은 점검하는 척만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 재정립을 위해선 국가개조 수준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던 그때를 돌이켜봐야 한다. 민·관 모두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고 실천으로 옮겨야 하겠다. 안전문화 정립에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진실을 드러내 세월호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을 끝내야 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세월호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어떤 이유로든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언행은 우리 모두 자제해야 한다. 아울러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은 ‘안전’이다. 더는 ‘인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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