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법률사무소 다올 이한나 변호사] 나부자 씨는 고단해 씨에게 1억 원을 빌려줬다. 나부자와 고단해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데, 고단해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여 의리 있는 나부자는 있는 돈을 모두 모아 고단해에게 빌려줬던 것이다.
이제 나부자도 큰돈 쓸 일이 생겨서 고단해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고단해는 돈이 없다고 했다.
나부자는 어쩔 수 없이 고단해를 상대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나부자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고단해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재산을 이미 모두 처분한 상태. 나부자가 가지고 있는 승소 판결문은 쓸모없는 종잇장에 불과했다.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승소 판결문만 있으면 일이 다 끝난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승소 판결문이 있는데 왜 바로 돈을 받지 못하냐고 물으신다. 하지만 판결문은 채권자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채무자의 재산을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뿐,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재산을 확보해주는 역할까지 하지는 못한다. 그 외 중요한 다른 절차들이 있다. 바로 보전처분과 집행 절차이다. 시간적 선후로 보자면, 먼저 보전처분을 하고, 소송을 하고, 판결 선고 후에 집행을 하게 된다.
우선 보전처분(保全處分)을 살펴보자. 보전처분은 “소송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하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현상을 동결하는 잠정적 조치”이다. 보전처분에는 부동산, 선박·자동차·건설기계, 유체동산, 채권 등에 대한 가압류, 가처분이 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채무자의 재산을 가압류 또는 가처분하여, 채무자가 소송 직전이나 소송 도중에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보전처분하기 용이한 재산으로는 채무자 명의 부동산, 임대차보증금, 재직 중인 회사의 임금, 채무자의 주거래 은행 예금 등이 있다.
위 사례에서 나부자가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고단해의 재산에 보전처분을 해두었더라면, 고단해가 소송 도중 자신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