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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해우소(解憂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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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1.15 15: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 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충청신문=허영희 대전 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근심과 걱정을 털고 마음을 비우는 곳 해우소. 불교식 용어의 한국 전통 화장실로 흔히 뒷간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원래 불가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절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짜기에 오두막 한 채를 지어놓고 그것을 ‘해우정(解憂亭)’이라고 부른 ‘다솔사(茶率寺)’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람들이 뒷간을 멀리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냄새가 나는 것을 방지하자는 뜻도 있었겠으나 그보다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동의어로는 변소, 측간(廁間), 측실(廁室), 정방(淨房), 서각(西閣), 혼헌(渾軒) 등으로도 불렀으며 제주도에서는 통시라고도 부른다. 통시라는 말은 대변을 볼 때 떨어지는 소리가 ‘통’ 하고 나며, 소변을 볼 때는 ‘시’ 소리가 난다고 하여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옛말에 처갓집과 뒷간은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뒷간이 가까우면 냄새가 나기 때문이고 처갓집이 가까우면 항상 말썽의 불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뒷간을 화장실이라고 표기를 하는데, 이는 18~ 19세기 영국에서 유래된 이야기로 원래는 여자들이 화장을 하는 곳으로 영어로 표기를 하면 W.C.라고도 한다. 원래 뜻은 ‘Water Colset’의 약자로 수세식 변소라는 뜻이며, Toilet은 보편적으로 변소를 말하며, Restroom은 휴게실이 딸린 화장실을 의미한다.

대학다닐 때 TV에서 모회사 유제품 광고를 본적이 있었는데, 나의 기억으로는 눈 오는 날 어린 동자승의 해우소 수난기였었다. 주지스님이 해우소에서 빨리 나오시길 기다리며 손을 호호 불기도하고 졸려서 꾸벅거리는 모습이었다. 쾌변을 해야 빨리 나올실텐데, 드신 것이 별로 없으셔야 할터인데, 얼마나 추울까, 스님이 빨리 비우고 나오셔야 동자승이 덜 고생할텐데….

우리네 삶 속에서 제일 힘든 것은 무얼까? 그것은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되돌아보면 채우는 것이 오히려 비우는 것보다 더 쉬웠던 것 같다. 허리를 숙여야 들어가는 뒷간 길, 비록 뒷간으로 가는 길은 작고 좁지만 생명의 순환과 비움의 철학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인이 추구하고자하는 미니멀 라이프, 그러나 생각보다 비우는 것이 쉽지는 않다.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 사람이 주인인데 어느 날 물건이 사람을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요사이 많이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비우면 시원하고 편안해진다. 반대로 많이 간직하고 있으면 몸이든 마음이든 무거워지고 병이 난다. 뭐든 비워야 산다. 허지만 뭐든지 안고 가려고 한다. 그것은 욕심이다. 미련한 인간인지라, 나약한 인간인지라 참, 어렵다. 마음을 비우면 비운 것만큼 채울 수 있다는 지혜로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음을 비워야 아름다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고 가벼워져야 세상의 이치를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사실 뒷간만큼 성공한 사례는 일찍이 본적이 없다. 대부분 안방 옆 아니면 현관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는 화장실은 어릴 적 움푹 파인 뒷마당 한켠에 자리하고 있던 흔들 흔들한 나무바닥 뒷간의 모습하고는 상당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아직도 화장실(해우소)이 뒷간에 자리하고 있다. 사찰에서 사용하고 해우소 중 수심이 가장 깊은 해우소는 황악산 김천 직지사이고, 문화재로 등극된 해우소는 전남 조계산 선암사라고 알고 있다. 선암사 해우소에서 볼일을 볼 때는 머리를 숙여 아래를 보지 않아야 하는데 해우소 바닥이 너무 깊어 일을 치르고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문닫고 나오다가 보면 해우소 바닥에 변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인데 이 깊이가 약 7∼8m 깊이라고 한다.

시인 정호승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서,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고, 묵언마을 지개야 스님께서는 “재래식 선암사 해우소에서는 눈물로 근심을 풀고, 수세식 묵언마을 해우소에서는 한숨으로 근심을 쌓아라”고 하셨다. 나 역시 조만간 국보급 해우소를 찾아가 근심을 털어 버리고 상쾌한 2017년을 맞이하려 한다. 숙변은 만병의 근원이므로, 건강한 장을 위하여 말끔히 털어버리리라!

[출처] 해우소(解憂所) (묵언마을) |작성자 지개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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