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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종이문서, 혹은 사람목소리

백운집 대전충남지방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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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1.11 17: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신문=백운집 대전충남지방 병무청장] 모든 행정업무는 공문에서 시작해 공문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무원의 최초 임용과 퇴직, 정책의 생성과 소멸 등등..
 
문서를 거치지 않는 행정 행위는 없습니다. 행정업무에 있어 문서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라는 의미입니다. 문서에는 단순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문서를 거친 경로 등 문서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때문에 훗날 행정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전자결재시스템 덕분에 전자문서나 이메일 등이 종이문서를 대체하고 있지만, 아직도 종이 문서는 국민과의 보편타당한 소통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병역의무의 첫 관문인 병역판정검사가 오는 23일부터 시작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안내장이 지난 연말 대전충남 관내 2만 4000여 명에게 발송되었습니다. 올해 19세가 되는 98년생은 모두 병역판정검사를 받아야 하며, 본인이 병역판정검사일자 및 장소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다는 점, 검사를 받아야 하는 기간 동안 국외에 있는 경우 출입국 사항을 확인해서 직권으로 연기가 되고 있는 등의 사항입니다. 
 
안내문의 내용은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자세하고 쉽게 작성되어야 함이 원칙이며,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행정력이 동원됩니다. 물론 안내문에 개인별 세세한 상황까지 고려한 내용을 일일이 담을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안내문만으로 그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고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안내장이 발송될 때마다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병무청의 민원상담 전화가 폭증한다는 사실입니다.
종이에 인쇄된 내용이 미덥잖은 사람들이 굳이 담당자와의 전화를 통해 안내문의 내용을 확인해 보려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문서행위와 전화 상담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 행정력의 낭비이고, 이중으로 업무처리를 하게 되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화 상담이 단순히 안내문의 내용을 확인하고자 함이 아니라면..종이를 통한 안내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를 통한 안내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로 이해한다면 “어떤 것도 결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소중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설 자리가 점점 적어지는 이때 이러한 사유로 안내문을 받은 후 전화 상담을 받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 정도의 수고로움은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대중화되어있는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조차 아직도 ARS가 아닌 사람을 통해 통화하는 걸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첨단 기계문명에 의해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 그리고 그것이 지니는 불멸의 가치입니다.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만19세가 되는 1998년생이 병역의무의 첫 관문인 병역판정검사를 받는 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39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는 조문을 현실로 만나야하는 나이입니다. 검사를 앞두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만큼이나 두려움도 클 것입니다. 그러나 병역판정검사는 국방의무의 첫 관문이고,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기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이기도 하므로 좀 더 적극적이고 용감하게 마주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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