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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다시 돌아온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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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0.17 14: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충청신문=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동서를 막론하고 현대인에게 ‘살(체지방)과의 전쟁’은 실천과 상관없이 언제나 초관심사이다. 최근 저탄수화물·고지방다이어트(Low Carbohydrate High Fat diet, LCHF) 관련 방송 이후, 대형마트의 버터(작년 9월 19일~10월 12일 대비 41.4%증가)가 품귀현상을 빚고,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추락세를 보이던 소·돼지고기(삼겹살 7.6%증가) 가격은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반면, 쌀의 매출은 역신장세가 심화되었다고 한다. 

사실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일명 황제다이어트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부지런한 저탄·고지 다이어트 경험자들의 블로깅과 SNS가 활발하다. 그들의 감회와 보고에 따르면 그동안의 다이어트에 비해 고기욕망에 대한 해방이 일단 즐겁고, 배부른 다이어트를 가능케 하며, 포만유지로 식욕억제효과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 괴로웠던 고깃집 회식에 이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비교적 외식의 선택 폭이 넓어져 인간관계 회복의 기쁨마저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다이어트를 하는 초기 피로감과 무기력함이 크게 느껴지고, 기억력이 현저히 저하되며, 심한 변비, 과도한 식비, 체열발생, 한식 식단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부작용과 어려움도 있다.   

한편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효과는커녕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식사를 통한 모든 다이어트 방법의 기본은 일단 섭취하는 총열량을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저탄·고지 다이어트도 총열량을 줄이되, 특히 탄수화물 섭취비율을 최소화하고, 지방섭취 비율은 늘리는 것이지 무조건 지방은 마음껏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지방의 종류도 매우 중요하다. 육류, 버터, 치즈에 많은 포화지방의 지나친 섭취가 심혈관계질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로부터 얻는 열량비율이 각각 55~65%, 15~30%, 7~20%가 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이와 같은 기준을 거의 역으로 적용하여 탄수화물(5~10%) 섭취는 극단적으로 줄이고, 지방(70~75%) 섭취는 최대한 많이 섭취하는 방법이다. 즉, 하루 밥 3공기를 먹던 사람이 하루 밥 반공기 정도만 섭취하라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자연히 혈당이 오른다. 그 결과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되어 원래의 혈당수준으로 낮추는 신호를 주고, 식욕조절 호르몬, 포만중추가 자극되면서 식사를 섭취하는 행동과 식사량을 결정하는 기전이 작동한다. 따라서 혈당을 급격히 올리거나 낮추는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는 가짜 식욕이나 폭식, 인슐린 저항성 등을 초래할 확률이 증가할 수 있다.

만일 48시간 정도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몸은 간과 근육에 저장하고 있던 고분자 포도당 중합체인 글리코겐을 분해하여 혈당을 유지한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절식 초기에는 분명히 체중은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는 주로 글리코겐 분해에 따른 수분 배설이 대부분이다. 저혈당이 지속되면서 본래 포도당만을 열량원으로 하는 뇌나 적혈구, 망막세포 등은 이제 위기상태가 되어 포도당대신 케톤체를 이용하게 된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저탄수화물과 동시에 고지방식이을 공급하여 체내 탄수화물 부족시 작동하는 지방산 산화기전을 활성화하고 따라서 지방을 분해하도록 유도한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지방을 산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케톤산은 폐와 콩팥을 통해 제거되어야 하는데 만일 폐와 콩팥기능이 저하된 사람이 장기간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케톤체 배설문제로 인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방법은 기후가 추운 스웨덴에서 시작되었다. 2014년 기준으로 스웨덴 인구전체의 30.5%가 비만(BMI>30), 55.9%가 과체중(BMI≥25)이다. 전통적으로 스웨덴인의 식습관은 유제품과 유지방, 육류 중심의 식단으로 고단백, 고지방식이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효과는 이와 같은 인종적, 유전적, 식문화와 환경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아직 까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유행 다이어트가 그러하듯이 단기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인 식사패턴으로 유지하기에 적합할 것인지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식사요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당뇨병 환자, 중증 이상지질혈증(혈중 중성지방이 높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동맥경화 등의 혈관 손상이 있으셨던 분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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