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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빨리 늙는 한국, 고령친화식품은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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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9.19 13:3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충청신문=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13.2%로 나타나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율 14%)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현상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를 나타내어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전남(21.1%)은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율 20% 이상)가 되었고, 전북(17.9%), 경북(17.8%), 강원(16.9%), 충남(16.3%), 충북(14.8%) 등의 순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의 급증은 자연스럽게 고령소비자층을 겨냥한 다양한 고령친화상품과 서비스산업의 수요를 낳을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고령친화 시장규모는 2010년 33조3000억 원에서 2020년 124조90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비 고령자(45~64세) 및 고령자(6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욕구도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고령자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은 단연코 ‘식품’으로 보고되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2011).

고령자가 겪는 노화는 여러 신체기능 퇴화와 함께 만성질환을 동반하게 되고, 치아 상실, 씹는 저작근력 저하, 침 분비량 감소로 구강에서 음식물을 씹거나 다루기 어려워지며, 또한 삼키기 어려워 섭식장애나 소화장애가 따를 수 있다. 이러한 섭식의 문제는 나아가 식사량 감소, 식욕부진, 영양불량과 결핍을 초래하여 고령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고령자의 식생활은 특별한 주의와 도움(수발)이 필요하고, 고령자의 섭식문제가 고려된 새로운 범주의 고령친화식품이 요구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고령자의 섭식문제를 고려한 제품이 시판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섭식문제가 있는 경우 주로 죽을 이용하게 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는 이용하기에는 열량과 영양이 불충분하고 일관된 물성으로 지루해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이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 강화 기능성식품 등을 들 수 있겠으나 이들 또한 제한적인 액상음료나 분말유형이며, 더욱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매점이나 온라인상의 제한적인 유통으로 아직까지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시대에 산업화가 필요한 고령친화식품은 고령자의 섭식장애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가공된 일반식품으로서 편의점, 마트, 온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유형의 제품일 것이다.

섭식장애가 있는 고령자들일지라도 음식에 대한 맛, 씹힘성, 영양에 대한 욕구는 충만하다. 씹기 어려운 갈비나 딱딱한 과일, 씹으면서 온통 치아에 끼는 나물일지라도 왕년의 먹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늙은 국가인 일본은 인구 4명 중 1명이 고령자이다. 고령화를 보다 일찍 경험한 일본은 일찍이 고령자를 위한 ‘개호식’을 준비하여 이미 상당 수준으로 산업화되었다. 개호는 우리말로 바꿔 말하면 간병이나 수발의 의미다. 일본의 개호식 중 유니버셜디자인푸드는 식품의 경도나 점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하여 물성기준을 제시하고, 소비자의 섭식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화하여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전통식사를 반영하여 한 끼 식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화하였다.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야마무라 모토키(山村基毅)의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원저·개호독신)에 따르면 노령화와 비혼화가 만난 사회에서 더 이상 홀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된 부모님의 수발은 여러 가지 신조어를 낳았다. 노노개호(老老介護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와 인인개호(認認介護 치매 노인을 보살피다가 가족도 치매에 걸리는 것), 개호자살(돌봄을 받던 노인이 자살하는 것), 개호살인(돌보던 가족이 노인을 살해하는 것), 개호심중(介護心中 돌보던 가족이 노인과 동반 자살하는 것), 개호피로(가족 돌봄 때문에 심신이 지치는 것) 등등.   

저자는 특히 독신일수록 늙고 병든 부모를 간병하는 부담이 더 무겁게 짓누른다고 지적한다. 다른 형제가 있어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다 보니 독신자가 결국 부모를 떠맡아 보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선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살림이나 축낸다고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저출산, 고령화, 일인가구 시대를 절감하는 요즘의 우리사회에서 결코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일은 미래적이며, 사회에 이롭다는 암묵적인 공감대 덕분에 따뜻한 환영을 받을 수 있지만 고령자의 수발은 그 결말이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칭찬받거나 인정받지 못하고 그저 버겁고 지친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자 수발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사회의 단면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사회변화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보다 현실적인 고민과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고령친화식품의 체계적인 개발과 연구가 시급히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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