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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지난 여름, 실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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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8.24 15:2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정호 백제문화원장

[충청신문=김정호 백제문화원장] 처서(處暑)가 지났는데도 폭염경보가 발령된다. 지난 여름은 오로지 폭염과의 싸움이었다. 열대야가 며칠씩 지속되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에어컨 작은 것 하나 놔 드렸어요.” 효도가 지극하다.

여름나기에 없어서는 아니 되는 존재가 부채, 선풍기, 에어컨이다. 부채는 손으로 흔들어 바람을 일으킨다. 선풍기는 전동기로 회전날개를 이용하여 바람을 생성한다. 에어컨은 전기로 냉매를 이용하여 공기의 열을 빼앗는다.
 
에어컨은 에어컨디셔너(air conditioner)의 줄임말이다. 공기조화기(空氣調和器), 즉 공기상태를 조절하는 장치라는 뜻이다. 흔히 우리는 냉방기로 통한다. 냉각 순환을 사용하여, 특정지역의 열을 끌어내는 시스템이다. 열을 빼앗긴 공기는 차갑고, 건조하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같이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 온방기도 에어컨의 일종이다. 요즘 에어컨은 대부분 냉방기능과 온방기능을 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에어컨이 들어온 것은 1975년이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자동차에도 에어컨이 부착되어, 유리창을 닫고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에어컨은 실내기와 실외기로 한 세트를 이룬다. 실외기는 난간 외부에 설치한다. 가정이나 음식점, 아파트나 고층 건물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괴물들이 그것들이다. 실외기는 응축기다. 팬 모터를 돌려 뜨거운 열을 외부로 토해낸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대수가 늘어날수록 실외의 온도는 증가한다. 소음이 대단하다.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여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실외기가 없는 에어컨도 출시되고 있지만, 원리는 같다.
 
에어컨은 전기를 많이 소모한다. 에어컨의 전기료 90%는 실외기가 작동하면서 발생한다. 전기료 폭탄이 장난이 아니다. 누진세를 적용하는 가정용의 경우, 금년같은 경우 3배에서 10배까지 널 뛴다. 집안에 노인이나, 어린아이를 가진 가정들은 숨을 못쉴 정도로 부담이 크다. “전기료 무서워서, 에어컨을 못 틀어요.” 지난 여름은 그랬다. 지난 달 전기요금고지서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다.

우리나라 국민안전처는 참 친절하다. 긴급재난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날린다.

“안전안내. 폭염경보. 12시〜17시 노약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기 바랍니다.” 어쩌라고? 물을 자주 마시라고! 화를 한꺼번에 내면 건강에 해롭단다. 지난 여름, 국민안전처는 화를 나누어서 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죄송하다고 말도 못하는 아들을 가진 부모가 말한다. “더운 게 대수여? 폭염보다 더 무서운 거 알기나 해?” 감당하기 버거운 것은 하나둘이 아니다. 부모세대보다 100배, 1000배 고통스러운 젊은이들이 여름을 났다. 힘내라, 알바 청춘 아들딸들아. 기다리고 기다린다. 믿고 믿는다.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세상이다.

지난 여름은 특이했다. 폭염이 짓눌렀지만, 태풍과 장마가 없었다. 웅덩이 물이 뜨거워 모기도 산란하지 못했다고 다행이라고 한다.
 
야외 노동자와 농부들은 폭염 속에서 소금을 먹어가면서 일을 했다. 공사장에서, 밭에서, 비닐하우스에서 챙 넓은 모자 쓰고 땀에 흥건하게 젖었다. 그 깻잎과 토마토가 백화점에 놓여 있다. 백화점은 서늘했다.

상위 10%와 그 밖의 계층 편차가 너무 커져, 여름나기가 편치 않았다. 에어컨을 놔주어도, 리모컨 작동법을 몰라(전기료가 겁나),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시골 부모님, 실외기를 ‘씨레기’라고 발음하면서, “자식 덕분에 여름 시원하게 잘 났다.” 자랑을 하신다. 폭염보다 전기료가 더 겁난다, 겁나는 게 왜 이리 많아지는지, 지난 여름은 그랬다.

인간도 실외기를 달고 산다. 내 속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밖으로 역한 열을 내뿜는다. 내 실외기는 지구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 실외기의 존재를 잊고, 즐기고 있는 인간들이 가십거리다. 상어 지느러미와 거위 간을 먹었다고,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웃었다고, 시비를 한다. 별 허접한 게 다 입에 오르내리다니, 아스팔트 위에서 청소를 하는 사람 옆을 지나기가 민망하다.
 
올 여름, 내가 본 것은 정말 무섭게 열을 토해내는 실외기, 대책없는 소음이었다. 대한민국의 저 많은 실외기들! 잊지 마라. 지난 여름은 얼마나 뜨거웠던가. 겨울이 오고, 또 내년에도 여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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