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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조선사회 청백리와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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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8.15 14: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

[충청신문=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 김영란법 시행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법안 내용을 둘러싼 찬반을 비롯해 축산업계 등 이 법의 시행에 따른 관련업계의 반발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작금에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몇몇 법조 인사들의 치부행각을 보면서 오죽하면 공직자의 접대범위까지 규정해야 하는 법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요즘의 어지러운 현실을 보면서 문득 조선시대의 공직자들을 떠올리게 된다. 조선시대 황희(黃喜), 맹사성(孟思誠)같은 관리들을 청백리(淸白吏)라고 부르는데 탐관오리에 반대되는 공직자상이다. 춘향전에 나오는 변학도가 탐관오리에 해당되는 인물상이라면 황희나 맹사성 같은 인물이 두고두고 후세에 평가받는 청백리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조선사회가 5백년을 버텨온 데는 이 같은 청백리를 장려하는 관료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보면서 ‘청백리의 현대적 의의’라는 정옥 자교수의 글을 통해 조선시대 청백리의 면모를 살펴보기로 한다.(‘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 정옥자 역사에세이에서)

정 교수에 따르면 청백리는 관리가 되는 수기치인이 기본이 되는 조선시대 선비정신의 산물이다. 인격을 도야하는 수기(修己)의 단계에서 선비정신의 핵심으로 강조되는 것이 청빈과 검약이기 때문에 그것을 몸에 익힌 선비가 관리가 되어 학행일치(學行一致)원칙을 지켜 실천할 때 청백리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조선조 사회에서 청백리는 국가적 포장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높이 평가되며 존경의 표상이 되었다. 특히 중종반정으로 정치무대에 등장한 일단의 선비그룹인 사림파가 그 이상을 실현하는 구체적 장치로서 청백리의 녹선을 서둘렀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다산 정약용도 목민심서 율기(律己)조에서 “청렴함이 수령의 근본이며 만 가지 선행의 근본이자 덕행의 뿌리”임을 강조함으로써 무엇보다 지방관의 청렴함을 중요시했다. 정 교수가 확인한 청백리의 수는 160여명으로 장관급인 판서가 30명 이상으로 가장 많은데 그중에서도 인사담당인 이조판서가 제일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어떤 직책보다 유혹이 많고 뇌물 공세가 심했을 자리에 있으면서 세도가의 인사 청탁이나 뇌물에 굴하지 않고 그 자리를 깨끗하게 지켜낸 고위직 관리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백리의 대표적인 인물로 세종대의 황희, 맹사성, 유관(柳寬)을 꼽고 있다. 황희는 40대 후반부터 50대 전반까지 10여 년 동안 육조판서를 역임하고 18년간이나 영의정자리에 있으면서도 청백리의 귀감을 보였으며 맹사성은 당시 병조판서가 좌의정이던 그를 찾아갔다가 자신의 행랑처와 방불한 그의 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의정을 지낸 유관은 비가 새는 단 칸 초가집에서 베옷과 짚신으로 청빈한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청백리 다운 이들 세 사람은 모두 여유만만하고 너그러우며 해학을 좋아해 우정 또한 두터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시대의 이러한 청백리의 삶과 관리로서의 엄격함을 보면서 아마 지금의 후세인들은 시대가 달라졌는데 과거 타령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조선시대의 농경사회하고 지금의 자본주의 시대하고는 모든 가치기준이나 사람들의 생각 또한 달라졌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조선시대 청백리의 정신을 들먹이는 것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관리의 기본자세가 예나 지금이나 바뀔 수 없다는 점 때문이라 하겠다. 공의(公義)를 실현하고 백성을 책임지고 바르게 지도하며 이런 결과가 백성을 이롭게 하는 대로 귀결되는 조선사회 관리의 자세는 지금 시대에도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새삼 조선의 청백리가 그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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