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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신통방통한 지방통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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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28 16: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안 순 택 논설실장
[충청신문=안순택 논설실장] 국립철도박물관 입지선정에서 공모방식을 배제하겠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철도박물관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 관계자들을 불러 이를 알렸다. 지자체간 과열경쟁을 더 이상 놔두고 볼 수 없다는 게 국토부의 논리다.
 
국토부의 일방적 통보에서 중앙정부의 케케묵은 지방 통치술이 여전히 유효함을 본다. 국책사업을 툭 던져 지방정부끼리 싸우게 하고 이를 미끼로 지방정부를 줄 세운 후 정치적 또는 정략적으로 선심을 쓰는 척, 중앙 예산지원을 고삐로 다스리는 분할통치술.
 
박근혜 정부뿐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그 이전 노무현 정부, 그 이전, 또 그 이전의 정부도 그랬다. 지역갈등의불씨가 여기서 싹텄다.
 
이명박 정부는 정점을 찍었다. 충청권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전국 공모로 바꿔버렸던 거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일제히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고 사생결단의 분위기로 치달았다. 팔도강산은 갈등과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충청권 민심이 폭발하고 갈등과 분열에 대한 지탄 여론이 높아가자 공모를 철회하고 대신 선정하는 방식으로 돌아섰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대한 화풀이로 전국 공모로 돌린 그때,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TK유치를 주장하는 순간, 과학벨트는 정치벨트로 전락했다. 영남권 신공항 선정이 백지화되자 영남권 민심을 달랜답시고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50개 연구단 가운데 절반을 광주와 경북권으로 분산 배치하는 꼼수까지 벌였으니.
 
대전으로 입지가 결정됐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었다. 예산을 안주는 것으로 발목을 잡고, 급기야 부지매입은 대전시가 부담해야 한다며 뒤통수를 친다. 뒤끝도 참 고약하다.
 
최근 김해공항 확장으로 가닥을 잡은 영남권 신공항 문제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신공항 건설이 또 무산됨으로써 지역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부산과 대구 경북 경남 울산은 지역이기주의에 눈이 멀고 국론을 분열시킨 주범이 돼버렸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외국 용역기관이 제시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관만 모르는 듯하다. 신공항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해공항 확장은 이명박 정부 때 이미 거론된 거라는 걸 안다. 국토부 용역의 몇 가지 방안 중에 들어있었다.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이 낸 건 쓰레기통 행이고, 외국 용역기관이 내놓으면 콜럼버스의 달걀인가.
 
외국 용역기관도 빠뜨리지 않는다. “신규 공항 후보지가 선정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법적·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했다.” 그래서 갈등이 봉합되었는가. 내상은 깊고 후폭풍은 거세다.
 
철도박물관 입지 선정에서 공모를 배제하겠다는 국토부나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을 돌연 중단한 문화체육관광부도 ‘지역의 과열 경쟁’을 이유로 든다. 논리치고는 참 옹색하다. 싸움을 붙인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지역 간 유치경쟁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공모배제라는 찬물을 끼얹는다고 그 갈등이 사라지겠는가. 단언컨대 이
런 식의 말 바꾸기는 농간이요, 기만이다.
 
더욱 슬픈 건 지방정부의 태도다. 대놓고 화도 내지 못한다. 대전시는 “아쉽다”면서 향후 선정기준,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공정한 처리를 요구했다. 60만 시민의 서명을 제출했던 청주시는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괜히 밉보여 ‘정부의 선택’을 받을 기회를 놓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터다.
 
국책사업 공모 때마다 그걸 붙잡으려 쏟아 부은 행정력 낭비 또한 그 얼마인가. 이런 중앙정부의 장난에 당하지 않는 해법은 결정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이양, 재정분권 그리고 진정한 지방자치 시행에 있다. 권한과 재정이 있다면, 철도박물관이 진정 주민의 삶과 살림에 도움 되는 거라면 지방정부가 만들면 되지 않는가.
 
분권을 위해서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1987년 체제’의 산물로,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으로는 역부족이다. 헌법 전문에 지방자치가 명시돼 있지 않고 지방자치 조문은 2게 불과하다. 바꿔야 한다. 그게 지방이 살 길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철도박물관)공모 중단은 유감스럽지만 정부가 공모를 선정사업으로 전환할 것에 대비해 최적안을 만들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으로서 그래야 맞다. 그에 못잖게 지방분권형 개헌에 소매 걷고 나서야 한다. 권 시장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산하 지방분권 특별위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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