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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단] 여름 더위를 다스리는 한식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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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25 13: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충청신문=박수진 세명대 한방바이오융합과학부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지구촌 연일 폭염! 냉방기가 없었다면 이 더위를 과연 견딜 수 있을까 하면서도 어쩌다 후욱 뜨거운 냉방기 뒤편바람을 지나치게 되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은 아닌가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선현들은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하셨지만 냉방기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여름 감기는 이제 ‘선택 아님 필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외부의 기온과 습도변화에 적응하여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항온동물이다. 건강한 성인의 평균 체온은 36.8℃로 알려져 있는데, 입안, 겨드랑이, 항문 등 측정부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정상범위는 36.1℃ 에서 37.8℃이다. 즉, 정상범위가 아닌 경우 우리 몸은 이상증상을 나타낸다.

인체의 체열은 주로 내장기관 특히, 간과 뇌, 심장 그리고 근육이 수축(움직이거나 운동)할 때 발생한다.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는 뇌에 흐르는 혈액의 온도를 감지할 수 있는 수용체가 있어 체온을 조절하는 중심이 된다. 피부의 온도 감지 수용체(temperature sensitive receptors) 또한 신체표면의 온도정보를 뇌에 제공하여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조절한다.

만일 항온동물(인간 포함)이 추위를 느끼면 피부의 작은 근육들은 수축하여 피부에 난 털을 일으켜서 공기층을 붙잡아 단열장치를 만들고, 소위 ‘닭살’이 돋게 된다. 이내 ‘떨기(shivering)’시작하고, ‘근수축’이 빨라지면서 열을 발생시키는 운동이 가속화 된다. 추운겨울 작은 새들이 깃털을 한껏 일으켜 부풀리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 잘 관찰한 현대인간은 새들의 깃털을 빌려입고 추운겨울을 나고 있다. 

체열 손실율은 피부를 통해 흐르는 혈액량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추울 때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량을 최대한 줄여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반대로 체온이 너무 올라가면 많은 양의 혈액이 피부표면 쪽으로 향하고 진피층의 모세혈관이 이완되면서 혈액의 열이 체표면으로 대류 및 복사되면서 결과적으로 체온이 낮아진다. 이때 피부의 털은 납작하게 누워서 열발산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절된다.

만일 체온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면 인체는 비로소 땀(주로 물과 NaCl)을 내는데, 이때 땀을 통한 ‘증발’이 일어나면서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증발은 적당히 일어나야지 심하면 탈수가 되고 체온조절에 실패하게 된다. 주변 환경의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땀이 지나치게 증발되는 것을 제한하여 적절한 체온조절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냉풍기를 사용할 때 실내 습도 조절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폭염에 그저 ‘더우니까’ 선풍기와 냉풍기를 틀면서 ‘찬 음료’와 ‘찬 음식’을 연속적으로 많이 먹는 것은 체온 조절기전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우선 차가운 음식들이 내장기관을 차갑게 하면 체내 내장기관과 혈액의 온도는 낮아지게 되고, 동시에 피부표면 온도도 떨어지면서 뇌의 체온조절기관인 시상하부가 체온저하를 감지하고 그 결과 체온을 ‘올리는’ 조절을 선택할 것이다. 즉, 냉풍기의 바람을 맞으며 찬 음식을 먹는 잠시 동안 더위를 잊는 듯 ‘착각’을 했지만 잠시 후에는 점점 더 더위를 느끼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폭염에 지나친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심한 곳에 장시간 있다 보면 체온조절능력이 떨어지면서 가벼운 감기증세나 몸살, 권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에는 특히, 내장기관의 체열발생을 돕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음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장을 따뜻하게 하여 땀을 흘리게 함으로써 체온을 조절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과학이 적용된 전통음식을 찾아보자. 바로 여름철 대표 보양식, 삼계탕! 영계와 찹쌀, 인삼, 황기, 대추, 마늘 등 삼계탕의 재료는 모두 온열의 기미(氣味)를 가졌다. 펄펄 끓인 삼계탕을 후후 불어가면 천천히 먹게 되면 어느새 흠뻑 땀을 내게 되고, 나도 모르게 ‘시원하다’ 소리를 낸다. 

그 밖에도 여름 제철음식을 이용한 한식인 콩국수, 메밀면, 오이냉국, 오이지, 노각무침과 대표적인 여름과일 수박과 참외는 모두 여름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는 물론 충분한 수분보충과 함께 이뇨를 도와 체열을 낮출 수 있는 지혜롭고 과학적인 약선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이냉치냉(以冷治冷) 겨울철 대표 보양식은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한겨울 살얼음이 된 동치미 국물에 말아먹는 냉면과 차갑게 먹는 초계탕을 들 수 있다. 아 오늘 더위에는 흰 눈 펑펑 오시던 날 먹던 냉면을 그리면서 뇌를 속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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