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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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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4.28 16: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안 순 택 편집부국장
열하나. 아라비아 숫자로 ‘1’자 두 개가 나란한 숫자 ‘11’은,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 모양이다. 어떤 이는 다리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철도를, 어떤 이는 젓가락으로 본다. 동떨어진 듯도 하지만 눈(眼)이라는 이들도 있다.
‘11’자가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시키기에 세상을 향해 당당히 일어서서 세상을 활보하며 진정한 복지사회를 실현하자는 장애인들의 염원이 담겨, 11월 11일이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숫자 1로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직립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보행자의 날’도 이날이다. 에너지 위기와 걷기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날이다. 이날 걷기행사로 저탄소 녹색교통의 기초인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통문화 캠페인도 열린다.
 
빼빼로 데이도 ‘11’자를 다리로 본다. 빼빼로 데이의 출발은 부산 경남의 여학생들이 날씬한 몸과 긴 다리를 바라는 마음을 길쭉한 과자에 실어 주고받은 거라는 게 정설이다. ‘빼빼로 과자처럼 빼빼하게 되길 바란다’고 주고받던 것이 그 과자를 만드는 회사가 마케팅으로 써먹으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된 사례다.
 
빼빼로와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의 글리코사가 11월 11일을 ‘포키와 프렛츠의 날’로 정하고 경품을 푸는 등 대대적인 행사를 펴는 걸 보면 빼빼로 데이도 수출품이요, 로열티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뚝 선 모습으로 보자면 농업인의 날이 해당한다.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 된 것은 11을 한자로 쓰면 ‘十一’이요, 이를 합치면 흙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숫자 11처럼 벼가 반듯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농민의 염원이 담겨 있는 거다. 요즘엔 ‘1’를 가래떡에 비겨 ‘가래떡 데이’라 하고, 우리 농민들이 수확한 쌀로 뽑은 가래떡을 나누는 날이 돼 있다.
 
1998년 충북 청주의 명암동 고려시대 석관묘에서 먹(墨)과 중국 동전, 철제 젓가락 등 3종 세트가 발굴됐다. 먹은 죽어서도 공부는 계속하라는 뜻이요, 동전은 부자가 되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젓가락은 죽어서도 굶지 말라는 뜻이다. 젓가락은 이처럼 생명의 상징이었다.
 
젓가락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인데, 중국과 일본이 나무젓가락을 쓰는 것과는 달리 우리가 금속젓가락을 쓰는 건 까닭이 있단다. 신라시대 쇠(金)를 쓰는 김 씨가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란다. 물론 우스개 소리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30여개의 관절과 50여개의 관절이 뇌신경을 자극해서 지능발달 촉진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 부모들이 ‘젓가락질 못하면 시집장가 못 간다’고 그토록 닦달하며 가르쳐주었던 까닭을 알 것 같다.
 
청주시는 ‘젓가락 페스티벌’을 열어, 별것 아니었던 젓가락을 동양을 관통하는 문화콘텐츠 반열에 올려놓았다. 충청인이라면 이젠 ‘빼빼로 데이’ 아닌 ‘젓가락 데이’로 부르면 어떨까.
 
코레일에겐 기차 타는 날이요, ‘레일 데이’다. 이날 기차역에선 고객 감사 행사가 펼쳐진다. 
 
동떨어져 보여도 11월 11일은 ‘눈의 날’이기도 하다. 안과학회가 눈 건강 캠페인을 벌이는데, 숫자 ‘11’이 웃는 눈의 모양이란다.
 
오늘, 29일은 충청신문이 세상에 선을 보인 날이요, 오늘이 11살이 되는 날이다.
 
충청민들의 다리가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 충청민들이 부르면 언제든, 충청민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면, 소백산 동쪽 끝에서 보령의 외연도 서쪽 끝까지, 어디든지 달려갈 것이다.
 
충청신문은 창간부터 지금까지 농어촌과 도시를 잇는 ‘1사1촌 대상’을 이어오고 있다. 충청민들을 위한 다리(脚)로 열심히 뛰어 충청민을 하나로 잇는 다리(橋)가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
 
젓가락의 역할에도 충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 먹거리를 찾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아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민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의 소명인 ‘눈’이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 숫자 ‘11’처럼 반듯하게 서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독자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그리하여 숫자 ‘11’처럼 충청의 아침을 대표하는 신문으로 우뚝 설 것을 약속드린다.
 
 
아홉수를 넘기는 게 힘든 건 한 시대를 매듭짓는 때이기 때문이다. 열(0)은 새 시대를 준비하는 시기요, 열하나는 새 출발이다.
 
충청신문은 오늘 새로운 10년의 출발을 한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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