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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60. 세천 유원지의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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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1.18 15: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세천 유원지에는 식장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로 이루어진 저수지가 있습니다. 이 세천 저수지는 일제 때부터 대전 시민의 상수원이었으나, 지금은 상수원 기능을 대청댐에서 관할하여 유원지 안의 저수지 역할만 합니다. 특히 봄에 피는 벚꽃과 겨울에 피는 눈꽃은 유원지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세천 유원지 산책로 층계를 따라 올라가면 저수지가 봄에는 연두색 물감이, 여름에는 진녹색의 물감이 풀어져 있고, 가을에는 붉은 물감이 그리고 겨울에는 흰 물감을 풀어 놓아, 수려한 수목과 어우러져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냅니다. 저수지 산책로 좌우에는 태고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고목들이 즐비합니다. 쓰러져가는 고목과 쓰러져 죽은 고목에서 피어나는 연녹색과 자주색의 이끼들은 원시림 숲에서나 봄직한 모습들이고, 왼편 저수지의 물가와 물속에서 살아가는 버드나무 숲의 반영은 몽환적이라고나 할까요. 세천 저수지는 3년 전에 물을 거의 비웠습니다. 물이 빠진 저수지의 버드나무들은 밑둥치에 털실뿌리를 한 아름씩 끌어안고 있어, 버드나무가 물속에서 생활 할 때는 털실뿌리로 각종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털실뿌리는 황갈색으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시켜주는 버드나무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버드나무 표피에도 황갈색의 이끼가 피어있고, 이끼에 맺힌 물방울은 역광을 받아 영롱한 색깔을 내고 있습니다.

3년 전 겨울 아침 밤새도록 흠뻑 쌓인 눈과 청아한 맑은 하늘에 끌려 세천 유원지의 설경를 담아보려고 카메라를 들고 갔습니다. 어제까지는 침울한 어둠 속에 잠겨있던 나도, 하늘도, 세천 유원지에도 이제는 백설의 은총에 의하여 빛나고, 약동하고, 번쩍이고, 웃음 짓기를 시작했답니다. 말라붙은 풀포기, 벚나무의 앙상한 가지, 아직 붙어있는 단풍잎들에 풍만한 백화를 달고 있었고, 한겨울 공허 했던 유원지는 아름다운 선물로 가득하였습니다. 백화 숲속의 등산로를 걸어가는 가지각색의 등산복으로 치장한 등산객들의 모습은 눈꽃과 어우러진 고운 꽃들이었습니다.

백설은 저수지와 버드나무숲의 바닥에 있던 모든 지저분한 것을 덮어주고 가지에는 눈꽃을 가득 피워놓았습니다.버드나무의 털뿌리는 곰도 되고, 강아지도 되고, 사람의 모습도 되어 있습니다. 눈꽃이 만발한 버드나무 숲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이 같은 모든 순백의 아름다운 꽃들은 이 순간 지고지순의 아름다움이지만, 얼마나 단명하며 또 얼마나 없어지기 쉬운가! 기적같이 와서 행복 같이 달아나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눈이 없는 이 겨울을 보내면서, 그래도 그때 세천 유원지의 희디흰 눈꽃 세상은 신비스럽고 아름다웠습니다. (사진은 물이 빠진 세천 저수지의 눈꽃이 흐드러진 설경)

서인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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