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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사이시옷의 어려움, 메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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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1.06 17: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우리말중에 사이시옷만큼 바르게 표현하기가 어려운 말도 없다고 한다. 주고받는 말이나 글 중에 대부분이 사이시옷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어려움이 있다.

1988년에 고쳐 나온 ‘한글 맞춤법’ 의 사이시옷 적기 규정에는 이렇다. 이 맞춤법에서는 순한자말의 경우 묘하게도 ‘곧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여섯 낱말 외에는 적지 않기로 하였다.

그 결과 ‘댓가’는 ‘대가’로 ‘홋수’는 ‘호수’로, ‘솟장’은 ‘소장’ 으로 적어야 한다. 그리고 ‘장밋빛’은 사이시옷을 받쳐 적되 ‘장미과’는 ㅅ을 받쳐 적으면 틀리게 된다.

사이시옷 표현은 현재 남한과 북한 다르게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1966년 이후로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냇가, 빗발, 훗날’을 북에서는 ‘내가 비발, 후날’로 적고, 발음은 된소리로 한다.

그런데 1988년에 나온 북한의 한글규범집에서는 소리가 같은 말 가운데 혼동을 피하기 위해 ‘빗바람’ ‘새별’과 ‘샛별’로 구분하여 적고, ‘아랫집’, 뒷일 따위에 몇몇 낱말에 예외적으로 ㅅ을 받치어 적기로 하였다.

또 바다나 물가에서 자라는 ‘갯 고-사리, 갯-도요, 갯-두루미, 갯-버들, 갯-장어, 갯-지렁이’ 같은 동식물 이름에도 적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언제인가 통일이 되면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주고받는 언어와 글자의 표준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뜻있는 한글학자는 이 부분을 집중 연구하여야 한다고 한다.

여름철 더위를 달래주는 음식중 냉면 다음으로 많이 찾는 것이 메밀국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중에는 ‘모밀국수’라 적혀 있다. ‘모밀’이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이므로, ‘모밀국수’는 ‘메밀국수’가 맞는 말이다.

메밀은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일본에 전해졌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조선시대 구황작물로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주로 국수와 묵으로 만들어 먹었으며 냉면 사리(‘사리’는 순 우리말)의 주 재료도 메밀이다. 초가을 강원도 봉평에 가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저자인 이효석 생가 앞쪽 산등성이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을 바라보며 메밀국수, 메밀묵, 메밀술을 맛볼 수 있다.

메밀은 영양가 높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속을 차게 하는 음식으로 냉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 무즙을 넣어 먹는다.

현재 우리가 식당에서 작은 대나무발 등에 올려놓은 메밀 사리를 장국(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는 일본식이다. 소위 ‘소바’라 부르는 것이다.

‘소바’는 메밀을 뜻하는 일본말이며 지금은 ‘소바키리’, 즉 메밀국수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회(사시미)와 더불어 일본의 전통 음식이며,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메밀국수가 역수입된 셈이다.

옛날 궁중에서 고기, 해물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끓여 먹던 메밀국수 요리를 흉내낸 음식이 있다. ‘OO국시’ 등 ‘국시’가 들어간 상호가 있다. 이때 ‘국시’는 ‘국수’의 사투리이다. ‘메밀국수’를 완전히 사투리로 하면 ‘모밀국시’가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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