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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우레와 천둥, 꽃망울 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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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1.05 16: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우리는 흔히 ‘우뢰 같은 박수 소리’ 라고 한다. 그 근거는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 (1920), 문세영 ‘조선어사전’(1938), 이윤재 ‘표준조선말사전’ (1947) 들과 북한 사전들에서 ‘우뢰’ 를 표준말로 삼았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말대사전’ (1992)에는 우뢰 같다. 우레가 울다, 우레를 치다. 요란한 우레소리, 우레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헤어진다 는 말이 사전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 한글학회 ‘큰사전’ (1957)에 ‘우뢰’를 ‘천둥’으로 바꾸어 놓으니까 그 뒤 남 사전들이 모두 ‘천둥’ 을 표준말로 기준을 삼고 있다. 그러나 ‘천둥 같은 박수 소리’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천둥’이 천동(天動)으로 변한 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니다. ‘천둥’이란 말은 ‘천둥바라기, 천둥지기(하늘바라기), 천둥벌거숭이’ 들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천동(天動, 하늘이 운행함)은 천동설(天動說, 지구 중심설), 천동성회(天動星廻, 하늘이 움직이고 별이 돎), 천동신이(天動神移, 하늘이 움직이고 신처럼 옮음)들에 적용된다. 천둥과는 상관이 없다.

‘천둥’과 ‘천동(天動)’은 비슷하지도 않고 다른 말이다.

천둥은 ‘하늘이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이다. 또 우뢰는 ‘공중에서 방전(放電)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소리’이다. 같은 내용으로써 둘 다 순수한 우리말이다.

우리가 ‘터뜨리다’라고 하는 말은 무엇을 만져 터지게 것이다. 울음이나 웃음도 터뜨리는 대상으로 번지도록 사용된다. ‘터짐’ 이란 막혀 있던 게 갑작스럽게 큰 힘으로 부서지는 모양이다. 봄만 되면 ‘꽃망울을 터 뜨린다’ 는 표현도 좋은 말이다.

북한에서는 ‘터뜨리다’보다 ‘터치다’를 잘 사용한다. 수류탄, 울분, 울음을 터친다. 또 풀어 헤치다에 가깝게 ‘짐짝을 터친다’고 사용하고, 막힌 것을 터놓는 뜻으로 ‘물고(-꼬)를 터친다’도 사용한다. 꽃이 필 대도 ‘꽃잎을 터치려는 꽃망울’하는 말을 쓴다.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도 ‘터치다’를 잘 사용한다.

* 쾅! 쾅 터치는 노래(김 철 ‘북방의 강’)

* 색갈 고운 웃음을/ 방긋 터치며 오시였지요(조룡남 ‘꽃과 웃음과’·중국)

* 들을 리 만무한 네 앞에서 아픔을 터쳐 울부짖으면서(정장길 ‘병사의 무덤 앞에서’, 옛 소련)

* 초록너울 쓰고 꽃망울 터치며 왔습니다(김파 ‘봄날의 시혼’, 중국) 막 피어나는 꽃망울, 꽃봉오리의 조용한 몸짓을 ‘터뜨리다, 터치다’로 말맛이 거칠게 들린다.

*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이병기 ‘난초4’)

*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김상옥 ‘봉선화’)

*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한광구 ‘매화’)

* 막 난초꽃이 한둘 벙글고 있다(박정만 ‘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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