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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눅다, 늘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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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30 16: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시장에서 물건을 사다보면 주인과 손님이 물건값을 두고 ‘싸다’, ‘비싸다’로 논쟁을 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순한글 말이다. 한자말로는 ‘저렴하다’라고 한다.

반면 북한에서는 값이 ‘싸다, 저렴하다’를 ‘눅다’를 ‘싼값’이나 ‘저렴한 가격’보다 ‘눅은값’을 잘 사용한다. ‘헐값’도 사전에 ‘눅은 값’ 이라고 기록해놓았다. ‘눅다’는 원래 ‘반죽이 눅다’, ‘눅은 과자’라 하여, 반죽이 무르거나 바삭바삭하던 것 따위가 물기가 스며 부드러워진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성미가 눅은 사람’, ‘추위가 눅었다’하여, 성질이나 기세가 너그럽거나 수그러진(누그러진) 상태를 이르기도 한다.

북녘 사전에는 또 ‘눅은 데 패가 한다’ 는 경구가 있다. 물건 값이 싸다고 많이 사들이다가는 살림을 망친다는 뜻으로, 필요한 만큼 돈을 쓰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을 ‘눅은 것이 비지떡’이라 하지는 않는다.

보통의 물건 값보다 싼 물건인 ‘싼거리’를 북녘에서는 ‘눅거리’라 한다. 평양방송이 외국인 투자가들이 부동산 값이 떨어질 때 눅거리로 사들였다가 그 값이 올라갈 때 동시에 팔아 치워 폭리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국어연구원 ‘북한 방송 용어’) 눅거리는 ‘실속 없고 보잘 것 없는 것’을 말한다.

* 말로만 칭얼대는 눅거리 사랑 마세요.(이순옥, 중국, ‘사나이다울 순 없나요?’)

북한에서는 ‘늘이다, 늘구다’를 문화어로 쓰고, ‘늘리다’는 안 쓰는 것 같다.(사전에 올림말이 없다) 그 쓰임새도 다르다.

* 상품의 가지수를 늘이다.(북)/ 가짓수를 늘리다.(남) * 유치원 탁아소를 늘이다.(북/ 늘리다·남). 남녘에서 ‘늘구다’는 ‘늘이다’와 ‘늘리다’의 사투리로 다룬다. 문화어에서는 ‘수효를 늘구고, 생산을 늘군다’ 따위로 쓴다. ‘늘이다, 늘구다’를 각각 남녘의 ‘늘이다, 늘리다’ 뜻으로 아울러 쓰는 셈이다. 중국 등지에서도 그렇다.

* 편제 인원을 늘이다.(조선말사전, 중국) * 식량을… 열흘을 더 늘구어 먹었으나 그것마저 이젠 몽땅 떨어졌다.(여영준 ‘준엄한 시련 속에서’, 중국) * 천 짜는 공장도 / 넉넉히 늘구리라. (김광현 ‘평화의 노래’, 옛 소련) ‘늘구다’를 ‘늑장, 늦장(북) 부리다’ 뜻으로도 쓴다.

* 면허증을 안 보이려고 지들지들 늘구던 운전사는…. (로정법 ‘고향의 모습’, 북) ‘늘구다’의 맞선말 ‘줄구다’는 문화어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북에서는 ‘-구-’ 파생어를 문화어에 많이 포함시켰다. 걸구다(=걸우다), 낚구다, 딸구다, 떨구다, 말구다(=마르다. *재목을~), 불구다(=불리다. * 콩을 ~), 시달구다, 아물구다. 얼구다, 여물구다, 절구다,….

우리는 길이는 늘이고, 분량 따위는 늘린다고 사용한다. 엿가락처럼 늘이듯 말을 길게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머리를 땋아 ‘늘이다’는 아래로 길게 처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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