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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57. 솔(松)·돌(石)·버들(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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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28 16: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양은 멀리 떠나 있다가도 꼭 제자리에 돌아온다는 귀소성이 있고, 무리지어 살면서도 동료 간에 우위의 다툼이 없는 깊은 우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런 양의 해인 을미년을 보내면서 내가 선택한 지난 일상들을 회상하여 봅니다. 필자가 친구인 소나무(松) 사진작가 솔 선생에게 등 떠밀려 카메라와 같이 한지도 10여 년이 다 되어갑니다. 돌담작가 돌 선생도 그때 만나 사우가 되었습니다. 돌 선생과 솔 선생은 오래전부터 사진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솔 작가는 “이른 새벽 짙게 드리우는 안개 속에서 소나무를 숙명처럼 만났고, 소나무 숲은 자연의 섭리와 무한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내 마음의 버팀목이다”라고 ‘소나무’ 사진집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나무에 대한 집념과 열정은 타에 추종을 불허합니다. 눈이 있고, 안개가 있으면 솔숲으로 달려갑니다. 돌 작가는 그의 사진집 ‘돌담(石)’에서 “옛 모습 그대로의 돌담을 보고 있자면 거기에 스며있는, 우리 조상들의 소박하고 아련한 정서와 숨결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가슴에 되살아 난다”라고 말합니다. 돌 선생은 돌담을 쌓아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고 자유공간을 준 남해안의 낙도 등 민초들의 열악했던 삶의 현장을 찾아 다녔습니다.

필자는 사진 주제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본디 사물에 대한 관찰력도, 예술 대한 미적 감각도 미흡하여 혹독한 비판에 좌절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신문에서 김중만 작가의 버드나무 사진 기사와 김용택 시인의 ‘수양버들’의 시를 읽게 됩니다. 어느 책에서는 버드나무를 두고 ‘미치도록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봅니다. 유등천의 버드나무(柳) 한 나무를 일 년 동안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겨울에 이르는 동안 버들잎이 떨어져 휘날리는 것을 보며 “이 땅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와 소멸만 있을 뿐이다. 지극히 아름답고 풍요롭던 버들잎도 바람에 떨어져 소멸된다. 소멸이란 사라짐이요 사라짐은 죽음이다. 죽음은 생명의 부활이요, 시원이기도하다”라는 글귀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솔 선생은 사진을 좀 쉬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소나무에 대한 열정이 식었는지, 솔 선생은 돌 선생과 필자와 같이 많은 시간을 사진 속에서 지내왔습니다. 솔 선생 떠남에 서운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그는 분명히 소나무를 다시 찾아 올 것입니다. 송건호 선생은 ‘우정에 대하여’에서 신앙을 같이 하는 곳에서 생기는 우정, 학문을 같이하는 생활 속에서 생기는 우정 등 즉 가치를 공유하는 우정은 때론 혈육의 정보다 더 뜨겁고 짙은 경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을미년을 보내고 병신년을 맞이하면서, 신앙과 사진을 같이한 일상 속에서 생긴 우정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돌 선생과 솔 선생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사진은 유등천 버드나무 모습 중 한 컷)

서인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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