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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북한 새터민과 봇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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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23 16: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국립국어연구원은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기 하고 있다. 거리와 사무실, 가정에 파고든 외래어를 부드럽고 자연스런 우리말로 다듬는 일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그 예를 들면 ‘파이팅’을 아자아자, ‘올인’은 다걸기, ‘웰빙’을 참살이, ‘유비쿼터스’는 두루누리, ‘네티즌’을 누리꾼, ‘이모티콘’은 그림말 등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주 쓰이고 있는 ‘웰빙’ 대신 우리말로 참살이, 잘살이, 튼실, 행복찾기 등을 가지고 논의하다가 참살이가 최종 선정됐다. ‘퀵 서비스’는 ‘빠르다’는 뜻의 고유어 ‘늘차다’를 살린 늘찬배달로 바뀌었다.

‘세상’ 을 뜻하는 고유어 ‘누리’를 살린 누리그물, 누리꾼, 누리 사랑방(블로그) 등도 있다. 탈북자라는 말대신 ‘새터민’으로 부르기로 했다.

촛불시위나 노동자들의 시위 때 피켓은 우리말의 손팻말이다. 그러므로 피켓시위는 팻말시위라고 맞다. 요즈음 야외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중 마당이나 들판, 냇가에서 돼지를 통째로 불에 구워 먹는 것을 바비큐(바베큐는 잘못된 표기)가 있다. 이는 우리말로 통구이 또는 뜰구이 가 좋다. ‘이거 실크니까, 물 세탁하면 안되요?’ 이렇게 말 하는데 실크는 명주, 비단이 우리말 이다.

아침 출근길 남편이 아내에게 ‘즈봉 잘 다려 놔요’ 즈봉은 프랑스(Jupon)말이다. 우리말은 바지이다.

텔레비전에서 남북한 지도자들이 가운데 테이블을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서로 어떤 주제를 놓고 대화를 하는데 서로 언어의 장벽이 있어 회의진행이 매끄럽지 않다. 자세히 내용을 들어보니 오랫동안 분단된 상태에서 오는 언어의 이질화였다.

이를 보고 생각했다. ‘앞으로 남북한 통일이 되면 언어의 장벽이 휴전선 못지않은 큰 장벽이 생기겠구나?’

어떤 말은 서로 통역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는 언어도 있었다. 남한의 폴란드 말을 북한에서는 뽈스카라고 하며,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세평방정리, 에베레스트산은 주무랑마봉, 탄젠트는 탕겐스, 피겨스케이팅은 휘거, 보르네오 섬은 깔리만딴 섬, 헝가리는 마쟈르, 북대서양 해류를 골프 스트림, 갠지스 강을 강가강, 롤러코스터를 관성차, 사인(Sine)을 시누스라고 하는 등 심각한 이반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연소반응을 불타기 반응, 백열전구는 전등알, 소프라노는 녁성고음, 산맥은 산줄기, 누른밥을 가마치, 참견하다는 호주머니를 더붙이, 온음표를 옹근 소리표, 에너지를 에네르기, 작은 어머님을 삼촌 어머님이라고 하는 등 상당한 언어의 시공(時空)을 보였다.

또 정수리를 꼭두, 연기를 내굴, 어업지원을 물고기 지원, 경사도를 물매, 물 뿌리개를 솔솔이, 기가 막히다를 억이 막히다, 볼펜을 원주필, 짧다를 짜르다, 심지어를 지어, 계절풍 기후를 철바람 기후, 애타다를 파타다, 정사각형을 바른 사각형, 교차하다를 사귀다로 하는 등 언어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 동포들은 자작나무를 ‘봇나무’라고 한다. 북부지방에 많이 자라는 낙엽지는 큰키나무로서 다 자라면 높이가 20미터를 넘으며, 나무껍질이 흰데다가, 얇게 벗겨진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은 그 나무껍질의 하얀 빛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자작나무는 러시아 시베리아 일대에도 서식한다.

자작나무의 껍질을 ‘봇’ 또는 ‘봇곁’이라고 한다. ‘봇’은 특히 북부 산간지방에서 쓸모가 많은 물건. 봇으로 지붕을 이고 돌로 눌러놓거나 흙을 덮은 막집을 ‘봇막’이라 한다. 또 봇으로 만든 떼를 ‘봇떼’라 하는데, 이는 물 압력에 잘 견딘다고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첫 북행 견문길에 함경도 갑산군을 지나면서 이런 봇막을 처음 보았는데, 여기다 염습할 때 주검을 봇으로 싸는 풍습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신기하게 여겼음을 ‘백범일지’에 기록했다.

봇나무와 봇나무숲은 중국쪽과 옛 소련지역 동포 시인들이 문학작품속에서 기리는 나무이기도 한다. 북방 대륙의 거친 풍토에 뿌리내린 동포들의 억세고 의연한 삶의 표상으로, 또 흰옷을 즐겨 입던 순박한 배달겨레로 비유하기를 즐겼다.

* 북방땅에 뿌리박은 봇나무/ 겨우내 은색옷 곱게 입고/ 기승 부리는 눈보라와 속삭이며/ 로씨야숲을 자랑하노니/ 그 모습모습 숫스러워라! (명월봉·옛 소련 ‘로씨야 봇나무’)

* 나는 봇나무/ 한 그루의 깨끗한 봇나무/ 겨레의 족속으로 태여난/ 하아얀 아들이다.
(김파·중국 ‘나는 봇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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