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논산 대둔산수락계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12.16 16:16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충청신문= 대전] 안순택·이성엽 기자 = 대둔산의 순수한 우리말 이름은 ‘한듬산’이다. ‘한’은 ‘크다, 많다’는 뜻. ‘듬’은 ‘두메, 더미, 덩이’를 말한다. 그래서 ‘한듬산’은 ‘큰 두메산’, ‘많은 봉우리가 있는 산’을 뜻한다. 충남 논산시와 금산군 및 전북 완주군에 걸쳐 솟은 대둔산은 ‘남한의 소금강’, ‘호남의 소금강’, ‘작은 설악’ 등의 별칭을 얻을 만큼 산세가 빼어나다.
 
전북 쪽 대둔산은 설악산 및 영암 월출산과 더불어 ‘남한의 3대 암산’으로 꼽힐 만큼 우람한 기암괴봉들이 멋들어진 암석미를 뽐내는 반면, 충남 쪽 대둔산은 숲이 울창하고 계곡미가 빼어난 것이 특징이다. 같은 산이면서 이처럼 판이하게 다른 인상을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두 얼굴을 가진 산’이라고나 할까?
 
대둔산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걸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대둔산의 속살, 진면목을 보려면 오로지 두 발로 걸어서 정상인 마천대까지 오르는 논산 수락계곡 코스로 올라야 한다. 산행의 들머리는 수락계곡 주차장이다. 승전탑→선녀폭포→수락폭포→천성암→330계단→정상(마천대)→낙조대→낙조산장→수락폭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수락계곡의 아름다움은 수락팔경이 대표한다. 군지계곡, 수락폭포, 마천대, 승전탑, 선녀폭포, 낙조대, 석천암, 마애불이 차례로 수락팔경의 제1경~제8경으로 꼽힌다.
 
한국전쟁 때 대둔산에 은신한 빨치산을 섬멸하는 과정에서 전사한 경찰관 등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대둔산 승전탑’을 지나면 실핏줄 같은 등산로가 시작된다. 첫 번째로 만나는 절경은 나신이 부끄러운 듯 울창한 숲 속에 몸을 숨긴 선녀폭포. 선녀의 옷자락처럼 흘러내리는 폭포수와 바람에 흩날리는 눈가루가 물안개처럼 몽환적인 풍경을 그린다. 등산로는 이어 세 개의 철다리를 지나 수락폭포에 닿는다. 예전에는 화랑폭포라고 불리던 곳으로 수풀 사이로 틀어박힌 암벽을 타고 떨어지는 10여 미터의 물줄기가 아기자기하다.
 
대둔산 골짜기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비경 지대가 수락계곡이다. ‘물이 떨어진다’는 ‘수락(水落)’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폭포수가 줄지어 있어 가경을 이룬다. 선녀폭포, 꼬깔폭포, 수락폭포, 금강폭포, 비선폭포(은폭포) 등 이름 붙은 폭포 외에도 작은 폭포수들이 곳곳에 숨은 ‘폭포의 전시장’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인적이 거의 없는 오지로 방치되어 오다가 1990년대 중반에 진입로가 다듬어지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석천암 갈림길에서 마천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제부터 철계단의 시작이다. 아쉬운 건 군지계곡으로 갈 수 없다는 거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군지계곡은 기암절벽이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는 깊고 막다른 협곡이다. 하늘이 한 뼘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도 숲이 가려 대낮에도 어두컴컴하다. 동학혁명 때 관군에게 쫓긴 동학군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이곳에서 전멸했다. 도주할 길이라고는 절벽을 기어오르는 수밖에 없기에 동학군에겐 그야말로 지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군지옥골’이라고 불렸고, 군지골 또는 군지계곡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낙석 위험이 큰 탓에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돼 길이 막혀있다. 예전엔 군지골에서 사다리처럼 가파른 220층계를 오른 뒤 1시간쯤 등산하여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에 이르렀었다.
 
힘이 들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걷는 길이라 ‘천국으로 가는 계단’으로 불렸었는데 그 길도 폐쇄됐다. 군지골에 있는 금강폭포와 비선폭포도 이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군지계곡을 가로지르는 군지구름다리가 소나무 가지 사이로 아찔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45m, 폭 1m, 높이 47m의 구름다리는 깔딱고개를 거쳐 마천대를 오르는 대둔산의 명물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리는 구름다리의 스릴과 군지계곡의 아찔한 경치가 더해져 나그네들의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장군바위에 뿌리 내린 잘생긴 노송 한 그루는 독야청청의 표상. 장군바위에서 구불구불 걷다보면 마천대 턱밑이다. 논산에서 올라온 등산로는 완주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금강구름다리를 건넌 후 삼선철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등산로와 만나 마천대에 오른다.
 
마천대(摩天臺)는 대둔산 북쪽 기슭의 태고사를 창건한 신라의 원효대사가 ‘하늘과 맞닿은 곳’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정상에는 10m 높이의 개척탑이 우뚝 솟아 있다. 개척탑은 완주 쪽 등산로를 개척한 완주군이 1989년 세운 철구조물 기념비로 정상의 조망을 해쳐 철거 논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맑은 날에 북쪽의 계룡산과 동남쪽의 덕유산, 그리고 서쪽의 군산 앞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마천대 아래 완주 쪽으로는 임금바위 동심바위 삼선바위 등이 섬처럼 솟아 저마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한다. 바위마다 어김없이 소나무가 뿌리를 내려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하다. 원효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고 극찬하고 이규보가 ‘산이 지극히 높아서 들어갈수록 점점 그윽하고 깊다’고 한 건 이 때문이 아닐까. 
 
마천대에서 하산하는 낙조대 구간은 거리가 짧지만 기기묘묘 아름다운 암봉들이 자꾸 발길을 잡는다. 오후에 오르면 해가 서해바다로 지는 것을 볼 수 있단다.
 
대둔산은 봄의 운해, 여름의 신록, 가을의 단풍, 그리고 한겨울의 설경 등 계절마다 동양화를 그려낸다. 겨울에는 폭포들이 보석 같은 얼음 빙벽으로 변해 찾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주능선을 뒤덮은 하얀 눈꽃이 은빛으로 빛나고 산 곳곳 나무들에 서리꽃이 만발하면 금강산도 부럽지 않다. 게다가 얼음축제도 열린다. 대둔산 수락계곡 산행, 온 가족 한 해를 정리하는 산행으로 이만한 여행도 없다 싶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