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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백조로 날다

10살까지 주민등록 없어 초등학교도 못 다닌 전주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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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07 19:39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충청신문= 대전] 정완영 기자 = 10살에 주민등록에 등재 돼 학교 문턱에도 다니지 못했던 전주상 씨(21)가 대전도시철도 서대전네거리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2년 동안 중·고·대입 검정고시를 마치고 올해 수능시험까지 봤다. 사회성이 전혀 없던 전 씨가 수능시험을 보고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과정을 인터뷰를 통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봤다. <편집자 주>
 
- 도시철도 서대전네거리역서 사회복무요원 근무 2년 복무
- 중·고·대입 검정고시 합격해 올해 수능시험까지 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저를 ‘전주상’이라고 부르지만 실은 ‘전’씨가 아닙니다. 10살이 되던 2004년 엄마가 주민등록에 처음 등재할 때 엄마의 성을 따라 ‘전’씨가 됐어요.
 
1993년 12월 많이 추웠던 날 세상에 나왔지만 축복을 받은 태어남은 아니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헤어진 상태여서 주민등록에 등재하지 못하게 됐고, 세상에는 나왔지만 법적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 학교에 갈 수 없는 처지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하루 종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했습니다.
 
간간히 아빠를 보기도 했지만 세 살 때 동학사 근처에서 아빠와 엄마가 만나 아빠가 내게 “나와 같이 가서 함께 살자”고 했을 때 혼자 남을 엄마를 생각해서 싫다고 답을 한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2년 전 12월 학교를 다니지 않아 군 입대는 못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병무청의 연락을 받고 두려웠습니다. 집을 떠나는 것도 처음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훈련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도 꽤 부담이었습니다.
 
교육과정을 마치고 그 해 12월 30일 서대전네거리역에 배치되어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던 터라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지시하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를 하지 못해 실수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은 자폐아가 아닌가하는 의심까지도 받게 됐습니다.
 
근무를 시작하고 한 달쯤 돼서 황선영 역장님이 부임하시면서 저의 생활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서 역 직원들과 함께 틈만 나면 야구장, 축구장, 극장, 마트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데리고 다니며 아이 가르치듯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면서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조 편성에서 큰 형 같은 김연욱 조장과 함께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역 직원 누구나 할 것 없이 근무를 마치면 공부를 도와주었고, 저도 학교를 다녀 본 적이 없어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7개월 후에 처음으로 초등학교 졸업 자격을 갖는 중입 검정고시를 치렀습니다. 8월 시험을 치르고 합격자 발표가 났을 때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는 공부하는데 탄력이 붙어 지난 3월에 고입 검정고시, 8월에 대입검정고시를 마치고 11월 12일에는 대학수능까지 보게 됐습니다.
 
10월에는 대전지방병무청장상도 받았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잘했다는 상인데 사실 주변의 도움이 없었으면 당치도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 번은 어르신 한 분이 승강장에서 쓰러지셨는데 상황 파악을 못하고 지시사항을 못 알아들어서 열차를 타고 중구청역까지 간 적도 있었고, 제가 그다지 빠릿빠릿하지 못해서 이런저런 실수도 많았는데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게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잘했다기 보다는 함께 근무한 직원 분들과 동료 사회복무요원들이 많이 애써 준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일 소집해제일이라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마쳤고, 2일에는 수능시험 결과를 받았습니다. 생각만큼 썩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역사 쪽은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을듯해서 요즘 기술관련학과를 알아보는 중 입니다. 기술대학에는 무난히 진학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그만 꿈이 있다면 빨리 공부를 마치고 제가 자립해 엄마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람으로 세상에 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역장님과 부역장님, 아빠처럼 든든한 김연욱 조장님,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주셨던 김영희 엄마 등 서대전네거리역에서 관계를 맺었던 모든 분들에게 평생을 두고 보답하고 싶습니다.
 
또,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마음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무녀리였던 제가 백조가 되어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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