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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54. 중악단의 꽃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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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2.07 16: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일어나기 싫은 가을 새벽입니다. 날씨는 싸늘하고 찌푸려 있습니다. 나를 태우러 온다는 이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에 계룡산의 갑사와 신원사의 길에서 아직도 남겨진 단풍을 즐기고,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만추의 풍광을 마음껏 추억에 담아 볼까 해서지요. 특히 어느 책에선가 소개된 신원사의 중악단 꽃담에 관심이 더해졌습니다. 몇 년 전에 신원사에 왔을 때는 중악단도 꽃담도 무심히 지나쳤었습니다. 갑사에서는 많은 감나무에 주저리주저리 열린 감을 보았고, 신원사에 들어서니 매석당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들이 더운 날 남자의 그것 같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그 뒤편에는 중악단 지붕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중악단은 조선조에 북엔 묘향산의 상악단, 남엔 지리산의 하악단, 중앙엔 계룡산의 중악단을 모시고 산신에게 국태민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던 곳입니다. 이중 삼악 가운데 유일하게 중악단만 현존하고 있어 역사성과 구조적 측면에서 귀한 유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무학대사의 꿈에 산신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1394년에 처음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지며, 효종 2년 1651년에 제단이 폐지되었다가, 고종 16년 1879년에 명성황후의 명으로 다시 짓고 ‘중악단’으로 이름했다고 합니다.

구릉지에 동북·서남을 중심축으로 하여 대문간채, 중문간채, 중악단이 일직선상에 배치되어 있고, 이들의 화방벽 및 둘레의 담장에는 와편으로 수(壽), 복(福), 강(康), 령(寧), 길(吉), 희(喜) 등의 문자 또는 꽃의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병, 장수, 복록을 기원하고, 국가적으로는 평화와 융성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벽체나 담장의 벽면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을 ‘무늬 놓는다’고 하고, 무늬를 놓아 장식한 벽면을 통틀어 꽃담이라고 합니다. 중악단의 꽃담을 따라 돌면서 쌓은 이의 정성과 믿음이 그리고 꽃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그 꽃담 속 깊이 묻어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요즘이 산신 100일 기도 기간이라는 현수막이 ‘중악단’ 현판 아래 걸려 있습니다. 기도를 위하여 중악단 안으로 들어가는 신도와 기도를 드리고 나오는 신도들이 가끔 눈에 들어옵니다.(사진은 중악단 중문간채의 오른편 화방벽 및 둘레의 꽃담)

서인원(한국산업평가관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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