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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53 천수만의 궁리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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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30 17: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 300여 년간 천수만과 함께 해온 궁리소나무.
저기 우뚝 선 멋진 노송이 다가옵니다. 노송은 천수만을 바라보며, 수백 년 간 바람과 눈과 비와 벗하며 살아왔고 요즘에는 자동차소리도 즐기고 있습니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 궁리에서 서산 방조제로 들어서기 전 도로가에 독야청청 서있는 궁리소나무입니다.
 
방조제가 완공된 뒤에 이 도로를 지날 때마다 멋있는 이 큰 소나무는 내게로 달려와 인사를 합니다. 안내문에 의하면 이 노송의 수령은 300살이라고 합니다. 서산 AB지구 간척사업 전까지는 바로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겼고, 음력 정월에는 마을의 안녕과 바다의 풍랑을 막아 달라고 기원하는 풍어제를 올리던 당상목이었답니다. 지금은 방조제가 서면서 광활한 논이 되었고 천수만에 먹이를 찾아오는 조류들의 서식처가 되었습니다.
 
이 노송은 어찌하다 혼자서 외롭게 자리를 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이곳이 야산의 숲이었는데 간척사업을 위해 도로를 닦으면서 사면팔방의 흙을 파내다 보니 이 노송 자리만 남게 된 것 같습니다. 이조말엽의 이황중(1803-?) 선생이 지었다는 ‘소나무’ 란 한시에서, 어느 날 솔방울 하나가 바람에 날려 집 모퉁이에서 싹이 트더니 해가 지나면서 크게 자라, 마당을 소나무가 다 차지하게 되자 도끼로 소나무를 찍어 내려 하였으나 차마 찍어내지 못하고, 자기가 살던 집을 소나무에게 내주고 이사를 했다는 한시로, 생명의 귀함을 풍자한 것 같습니다. 옛날에 이 궁리 노송도 뜰 안에서 자라다가, 집 주인이 집을 소나무에게 내주고 어디론가 이사한 것이 아닐까요.
 
노송은 가지가 잘려진 흔적과 몇 개의 가지는 철사 줄로 얽어매어져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모진 세월의 풍파와 역경 속에서도, 고고한 자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요. 이 소나무의 굴곡과 거북등 같은 껍데기엔 세월이 깃들어 있고 , 뿌리는 천수만의 한 마리 용이 승천의 몸짓을 하는듯합니다. 둥치는 흘러간 세월을 잊은 지 오래고, 또한 가지들은 춤사위의 선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방조제공사를 하면서 비싼 가격으로 이 노송을 구입하려 했으나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라 하여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때마침 정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기념으로 궁리소나무의 이름을 ‘아산송’으로 명명해 봄직도 합니다.
 
서인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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