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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역사 테마파크 - 부여 백제문화단지

1400년 전, 찬란한 백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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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25 16:59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충청신문= 대전] 안순택·이성엽 기자 =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곳이다.
 
고대왕국 백제를 떠올리면 아련함, 안타까움, 쓸쓸함이 느껴지는 부여는 가을 정취와 딱 맞아 떨어지는 여행지다.
 
부소산성에 올라 백마강을 굽어보고 있으면 삼천 궁녀의 한과 비장한 백제의 마지막 순간이 느껴지는 듯하다.
 
백제 말의 세 충신 성충, 흥수, 계백의 넋이 자리한 삼충사와 곡식창고인 군창터, 해돋이를 보는 영일루를 도는 산성 길은 늦가을 산책 코스로 좋다.
 
  부소산성에서 강을 건너면 백제문화단지다.
 
백제와의 만남은 정양문에서 시작된다.
 
정양문. 해가 가장 높이 떤 온 세상을 밝고 환하게 비추는 때, 모든 기운이 가장 왕성한 때가 ‘정양’이다.
 
나라와 왕실이 화창하라는 뜻이니 왕궁 입구엔 정양이란 이름의 문이 많다.
 
중국 베이징의 유명한 ‘텐안먼(天安門)’의 이름도 정양문이다.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이 된 백제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기원전 18년 비류와 온조가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고 한강 근처 위례성에 세운 나라.
 
마한의 소국으로 출발하여 한반도 중부와 남서부를 차지하고 고구려에 앞서 아시아를 호령한 ‘백가제해(百家制海)’ 했던 위대한 제국.
 
서기 660년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잃어버린 왕국.
 
이런 연대기 말고, 백제 사람들은 어떻게 생긴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무엇을 하고 먹고 살았을 지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양직공도’에 그려진 백제 사신이 내가 아는 유일한 백제인의 모습이다.
 
이런 백제에 대한 목마름을 풀고자 백제문화단지를 찾는다.
 
정양문을 지나면 1400년 전 백제로 걸어들어 가게 된다.
 
드디어 정양문을 들어섰다.
사비궁 전경과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능사 5층 목탑의 황금빛 상륜부가 자태를 드러냈다.
 
용마루에 치미를 올리고 왕궁으로서 위용을 드러내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천정전은 회랑으로 둘러싸인 사비궁의 중심 건물이다.
 
동쪽에 문사전, 서쪽에 무덕전을 거느리고 국가나 왕실의 공식적인 행사를 치르는 공간으로 외관부터 위엄이 서려 있다.
 
중앙에 어좌(御座)가 놓여 있다.
 
백제 유물을 토대로 재현했다는데, 기단부의 문양은 국보 128호인 금동관음보살입상의 대좌에서, 어좌 뒤 봉황문은 부여 규암면 외리에서 출토된 유물에서 따온 것이란다.
 
한껏 고개를 젖혀 천장을 봐야 한다.
 
백제시대의 고유한 문양으로 장식한 단청이 마치 비단 위에 만개한 꽃잎을 흩뿌려 놓은 듯 화려하게 채색되어 넋을 놓게 한다.
 
서궁인 무덕전에선 왕이 입던 용포에서 장군의 갑옷까지 백제의 옷을 입어 볼 수 있고, 동궁인 문사전에선 성왕이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천도를 선포하는 장면을 홀로그램으로 만난다.
 
  왕의 공간인 천정전의 감동을 품고서 오른쪽 ‘능사(陵寺)’로 걸음을 옮긴다.
 
이 ‘능 옆에 지어진 절’은 성왕의 명복을 빌고자 위덕왕이 세운,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유구를 토대로 복원한 것이다.
 
바로 유명한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와 국보 288호 창왕명석조사리감이 발굴된 곳이다.
 
단연 눈길을 끄는 건 5층 목탑이다. 높이 38m에 이르는 거대한 목탑은 백제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일본의 법륭사를 모델 삼아 대목장 최기영 씨가 재현 복원했다.
 
눈부시게 화려한 단청에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지는 규모의 탑만으로도 당시 성성했던 백제불교 문화의 영광을 가늠케 한다.
 
성왕은 사비로 천도하면서 사비를 ‘불국토(佛國土)’라는 계획도시로 세웠다. 사비는 능사의 목탑을 닮은 탑들이 마천루를 이룬 화려한 도시였을 것이다.
 
중국 사서 ‘주서’(周書) ‘백제전’은 사비도성을 소개하면서 ‘절과 탑이 아주 많다’(寺塔甚多)고 썼다.
 
  능사 뒤편에는 백제 고분을 이전 복원해 놓은 고분공원이 있고, 사비성 뒤쪽에는 생활문화마을과 위례성이 있다.
 
생활문화마을은 백제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귀족주택으로 대좌평을 지낸 사택지적의 집, 군관주택으로는 백제를 대표하는 계백의 집, 의박사 왕유릉타의 집, 불상조각가 도리의 집이 조성돼 있다.
 
테마에 맞춘 체험프로그램이 인상적인데 직조기술자 서소의 집에서는 직물과 천연염색 체험을, 도공 신한고귀의 집에선 도예체험이 진행된다.
 
위례성은 백제의 시조 온조가 위례성에 터를 잡을 당시의 모습을 재현에 놓은 공간이다.
 
왕궁이 볏짚을 엮어 지붕을 올린 초가다. 위례성 안으로 들어가면 멀티스크린을 통해 백제초기의 모습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보여준다.
 
백제역사문화관도 놓치지 말자.
 
전국 유일의 백제사 전문 박물관으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백제 철제 기술을 복원한 칠지도와 환두대도, 1995년 궁남지에서 발굴된 백제인의 발자국 모형이 흥미롭다.
 
부여군 합정리 일대에 조성된 백제문화단지는 찬란했던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994년부터 구상이 시작되어 2010년 완공과 동시에 일반인에게 개방됐으니 17년이나 걸린 대역사 끝에 탄생한 역사테마파크다.
 
1400년 만에 다시 살아난 고대궁궐과 능사를 사부작사부작 거닐며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백제의 고도 부여 여행을 계획했다면 한류의 본류로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지녔던 위대한 왕국 백제의 역사에 대해 알음알음 공부하고 떠나보자.
 
“알면 보이고 보인만큼 느낀다. 알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아니하리라.” 알고 가면 백제문화단지의 건축물, 전시물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인다.
 
아는 것이 새로 깨어나는 놀라운 전율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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