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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모르면 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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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24 17: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버스를 타고 가는데 중학생 정도의 아이 둘이 대화를 한다. 
 
“나 온구 만났는데 제크더라!” 
“샹훼 하려고 했는데 그 온구가 싸승나 꽐라더라?” 
 
 이 말은 요즈음 청소년들이 주고 받는 일반적인 대화이다. 외래어인지 외계어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말이다. 앞의 말을 해석하면 이렇다.
 
“온라인 친구 만났는데 머리가 크더라.” 
“사랑하려고 했는데 짜증나는 바보이더라!”
 
1318세대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이들 언어의 생산지는 학교와 인터넷이다. 이 가운데 ‘짜증나-싸승나’, ‘MSN-미소년’, ‘미친-미린, 매르친’, ‘사랑해-샹훼’, ‘황당하다-팡당쓰리고’ 등이다. 재미있는 말은 ‘피자와 햄버거를 먹으면서 녹슨 냄비를 들고 바보짓 한다’ 를 줄여 ‘피버노바’라고 하며 ‘어이없는 짓’이라고 한다.
 
반면 1924세대의 은어는 실생활과 밀접하다. ‘딸기우유-월경’, ‘03-공포의 삼겹살’, ‘머쉰-화장실’, ‘보루네오-포르노’, ‘식빵-생리대’ 등이다. ‘뜰까-만나자, 놀러가자’, ‘러브러브핑트-남녀가 사귀는 것’, ‘쓰봉-성관계’ 등 연애 관련 은어도 유난히 눈에 띤다. 인터넷 세대답게 온라인상에서 발생한 각종 감탄사도 빠지지 않는다. 
 
언어파괴 은어는 2535세대에서는 감소현상 ‘시마이나’, ‘초퀄(超Quality, 최고완성도)’과 회식이나 접대에 사용하는 ‘구좌’, ‘꽁’, ‘땡땡이’, ‘슈킹’, ‘에이스’, ‘진상’ 등이다.
 
산골에 갔는데 갑자기 사진 찍을 일이 생겼다. 할머니에게 집에 디지털 카메라 있느냐고 물었다. 
 
“왜 우리집 돼지털 야기를 허는기여? 우리집 털 많은 돼지는 저 뒷칸에 있어유”  하여 실소를 지었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을 일이 생겼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물었다. 집에 컴퓨터 있느냐? 그리고 인터넷을 아느냐? 하고 물었더니 이가 다 빠진 합죽한 입모습으로 이러신다.  “왜, 인두질 헐라구 그러는기여?” 
 
전화로 연락할 일이 있어 가까운 이웃에 핸드폰 가진 사람이 있느냐? 물었다.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신다. “뭐여, 핸드기… 핸복기? 우리 노 부부는 행복허지. 둘이 테레비 안보고 복합헌 세상과 등 지고 살응께. 참말로 행복혀……! 우린 그런 핸보기 없어두 잘 살응께 느덜이나 도야지나가 지지고 볶고 살어? 어여가라 어여!” 
 
여기에서 자연에의 순응하는 삶과 현대인의 과학문명을 받아들이는 삶이 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가치있는 인생이다. 어느 것이 옳고 좋으냐의 질문은 오히려 우문(愚問)이 된다. 앞에서 말한 인터넷 현대용어를 척척 잘 알아듣고 지지고 볶으며 사는 문명인이 행복한가? 아니면 시골의 할머니 말씀처럼 테레비 안보고 세상 등지고 사는 것이 행복한가? 
 
“투 비 오어 낫 투비(살아야 할 것이냐 죽어야 할 것이냐?)!”
 “오, 신이여 나에게 진리의 길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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