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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5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가는 길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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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16 18:4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대청댐 아래‘사진 찍기 좋은 명소’에서 찍은 버드나무와 갈대꽃.
사진 동호회 ‘공감’은 지난 시월 오랜만에 출사 길에 올랐습니다. 출사지는 대청호 주변을 거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관람하는 일정입니다. 물론 가는 길에 사진도 찍고 맛 집도 들르면서 하루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보내기로 했지요. 신탄진을 지나 대청댐 아래 호반레스토랑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해피로드에 들어서면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지정된 곳이 있습니다. 주로 물에 잠겨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 군락지 입니다. 이곳은 일출과 일몰시 햇살과 물안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기도 하는 곳입니다.
 
연전에 여러 번 와서 찍은 물에 잠긴 버드나무의 사진 몇 점을 전시회에 출품 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그때의 환경과 사뭇 달라져 있습니다. 보기 나름입니다만 피사체가 돼야 할 버드나무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물위에 아른 거리던 안개도 점점 희미해집니다. 몇 번 셔터를 누르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뭇잎 하나가 거미줄에 매달려 대롱거립니다. 바람이 잠잠해 지기를 기다려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저 아래 강물로 언제 떨어져 사라질지 모르는 그 나뭇잎을 바라봅니다. 언뜻 안톤 슈낙의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썩은 새끼줄이라도 잡고 살아남겠다고 매달려 몸부림치는 속세의 군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 집니다.
 
청주로 가는, 대청교를 지나 대청호를 끼고 올라가는 도로 양편의 나무들이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안개는 아직도 서려있어 가는 길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얼마를 왔는지 정자가 있고, 그 옆에 장승들이 눈을 부릅뜨고 서 있는 쉼터에 차가 멈춥니다. 잠시 촬영을 하자고 합니다.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니 지난해 번개 출사 때 안경을 잃었다가 간신히 찾은 곳입니다. 그땐 대청호에 물이 많아 조각배를 띄워 그물로 고기를 잡는 어부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물은 저 멀리 가 있고, 안개가 그윽한 가운데 잡초만 가득합니다.
 
농로를 따라 내려가니 오른쪽 논들은 황금색으로 추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왼편 밭에는 높다란 밭두렁의 호박 넝쿨에서 꼭지가 떨어져 굴러 나온 머리통만한 누런 호박 한통이 외롭게 보입니다. 겉에서 보면 아주 깨끗한 호박입니다. 주인은 기껏 농사를 지어놓고 왜 저 호박을 버려 놓을까? 그런데 사진을 찍고 호박을 들어 보니 땅에 닿은 부분은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겉은 깨끗한 것 같은데 들춰보면 속은 썩어 있는 조직이나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서인원(전 한국해양연구원 운영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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