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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50 감나무 곁에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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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1.09 18: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아빠가 장대 망태로 딴 감을 고무함지박에 담는 꼬맹이.
감나무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병이 없다던 감나무에 언제부터인가, 흰 개각충이 나무 몸통에, 이파리에, 감꼭지에 붙어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기생하고, 손으로 비벼대면 빨간 피가 나옵니다. 살충제를 뿌려도 없어 지지 않아 구제할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 크기도 작아지고, 까만 흉터를 남기고, 전과 같이 열리지도 않습니다. 또한 감나무와 은행나무가 너무 크니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나도 나이가 드니 은행나무나 감나무에 올라가서 따고 털기가 위험하고 힘이 부치게 됩니다. 더욱이 가을 끝 무렵엔 엄청난 낙엽을 처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낙엽은 바람이 불면 온 동네에 휘날리기 때문에 이웃에 민폐를 끼치게 됩니다. 또한 담 안의 나무가 처마를 덮으면 좋지 않다는 속설도 있고 해서 8년 전에 정이 가득 들어온 감나무와 은행나무를 베어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조경하는 분이 은행나무를 벤 후에 하는 이야기가 감나무는 가지를 자르고 몸뚱이만 남겨 놓으면 이듬해부터 새 가지가 난후에는 감이 아주 잘 열린다고 합니다. 그게 솔깃하여 좋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어 지금 감나무는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시련입니다.
 
가지가 한 개도 없는 감나무가 주먹을 쥐고 하늘을 향한 모양이 보기에도 민망하고 불쌍해 보입니다. 감나무는 다음해부터 잔가지들이 수없이 솟아올라 솎아 내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해를 거듭하니 가지자르기 전보다 키는 더 웃자라 있고, 삼사년 전부터 감이 열리기 시작하여, 올해는 엄청난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러나 여름을 지나면서 우수수 떨어져 버리고, 끝까지 매달려 붉게 익어 있는 감은 서너 접 정도 될까요.
저지난 주에 내 생일이라고 꼬마 손자들이 내려왔습니다. 애들 아빠는 장대 망태로 감을 따면 꼬맹이들은 감을 꺼내어 들고 어찌나 좋아하는 지. 고무함지박을 채워갑니다. 베어내지 않고 살아가게 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을 감나무가 전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즐거움을 주는 감나무에게 고마움을 보내기도 합니다. 우리끼리 즐거워하다 보니 무엇이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날아다니는 까치를 비롯한 새들이 생각납니다.
 
통상 감나무 가지 꼭대기에 감을 모두 따지 않고 몇 개를 남겨 놓습니다. 이 감들은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을 때 먹이를 찾지 못하는 새들에게 허기진 배를 몇 끼라도 채우라는 ‘까치밥’입니다. 이제 찬바람이 불어와 감 이파리가 거의 떨어져 갈 때엔 까치밥은 빨간 홍시가 되어 대롱대롱 매달려 있겠지요. 그리고 까치가 날아와 콕콕 쪼아 먹겠지요.
 
서인원(전 한국해양연구원 운영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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