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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외연도

열 개의 보물을 간직한 해무(海霧)속 숨겨진 신비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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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0.14 17:06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충청신문=대전] 안순택·이성엽 기자 =배가 외해로 나갈수록 물은 짙푸르게 깊어갔다. 망망대해구나 싶은 순간 섬이 나타났다.
 
불쑥 솟아오른 듯 느닷없는 만남이었다.
 
봉우리 세 개가 빤히 눈에 보여 금방 닿을듯한데, 지루함이 깊어질 때쯤에야 가 닿는다.
 
섬은 그렇게 가깝고도 멀었다. 외연도(外煙島)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았다.
 
연기 같은 해무(海霧)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2007년 문화관광부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하고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섬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도 출연하고 CNN 선정 ‘대한민국의 가장 아름다운 섬’에 뽑히는 등 화려한 스펙을 쌓아갔다. 
 
신비의 섬, 안개와 일출과 일몰에 몽돌에 기암괴석 등 열 가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섬 등으로 불리는 외연도. 섬에 첫발을 딛는 순간 누구나 불현듯 섬이 된다.
 
외연도는 한때 서해어업 전진기지로 해마다 파시가 열리는 성황을 이뤘으나 지금은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다. 밤바다를 환하게 밝혀 보령8경으로 꼽혔던 어화(漁火)도 사라졌다.
 
그러나 곳곳에 절경이 즐비해 섬 여행의 진수를 맛보기엔 그만이다. 서너 시간이면 섬의 비경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다.
외연도 여행의 백미는 해안선을 따라 걷는 트레킹이다.
 
보통은 당산을 거쳐 내려와 고라금→누적금→돌삭금→작은명금→큰명금→약수터→해막→노랑배→선착장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걷는다.
 
이 구간은 길을 잘 조성해 놓아 누구든 풍경을 즐기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섬 안쪽으로 파고 들어온 지형에는 ‘금’자가, 바다 쪽으로 튀어나간 곳엔 ‘배’자가 붙는다.
 
벽화골목을 지나 당산은 섬의 유일한 학교인 외연도초등학교를 거쳐 올라간다.
 
숲으로 향하는 계단을 다 오르기도 전에 탄성부터 터진다.
 
후박나무·동백나무 같은 상록수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원시림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이곳에 전횡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 있다.
 
전횡은 제(齊)나라가 망하자 한(漢)나라의 추격을 피해 5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이 섬에 온 인물이다.
 
그는 사신이 항복할 것을 강요하자 섬 주민과 군사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낙양으로 가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 후 섬사람들은 이곳 당산에 사당을 세우고 수호신으로 받들어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전통은 400여 년 동안 이어져 내려와, 지금도 매년 음력 2월 보름이면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 제를 지낸다.
 
아쉬운 건 ‘사랑나무’라 불리던 연리지(連理枝) 동백나무다.
 
태풍에 연리지 가운데 한 그루가 죽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손을 맞잡고 있으니 더 안타깝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맨 먼저 찾아가는 곳은 고라금이다.
 
서걱서걱 대나무들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다. 언덕을 거의 내려갈 무렵 대숲 사이로 바다가 활짝 펼쳐진다.
 
시야가 환해진다. 옥빛? 코발트? 갯벌이 없는 곳이라 그런지 물이 한없이 맑다.
 
해변에는 크고 작은 몽돌들이 온몸에 시간을 새겨 놓고 있다.
 
고라금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이 섬의 두 번째 산인 망재산이다.
 
누적금으로 가는 왼쪽 길을 택한다.
 
누적금은 해변에 우뚝 서 있는 바위가 마치 볏단을 쌓아 놓은, 즉 노적가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역시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다.
 
‘사그락 사그락’ 파도가 연주하는 몽돌의 오케스트라가 섬의 노래를 속삭이듯 들려준다.
 
언덕 하나를 넘으니 다시 바다가 나타난다.
 
돌삭금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크기가 다양하다.
 
큰 것은 거의 집채만 하다.
 
파도에 씻기고 씻겨 하나같이 순한 모습이다.
 
바다 한가운데로 고래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쳐 간다.
 
진짜 고래는 아니고 바위로 된 고래섬, 관장도다. 고라금, 누적금, 돌삭금의 경치 좋은 곳마다 아영객을 위한 데크가 설치돼 있다. 캠핑족의 천국이 이곳이겠다 싶다.
 
텐트 입구만 열면 해변가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절경이 눈앞에 펼쳐질테니.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걷는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너무 아까운 풍경이다.
 
돌삭금에서 작은명금, 큰명금으로 가는 길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런 풍경 앞에서는 자주 말을 잃고 만다.
 
햇빛에 반짝이는 몽돌들이 금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명금이다.
 
크기도 다양하지만 돌의 재질도 가지가지다. 마치 몽돌박물관에 와 있는 것 같다.
 
큰명금을 벗어나 약수터로 올라간다. 약수터는 야영객들의 식수원이기도 하다.
 
한 바가지 들이켜니 속세의 티끌이 말끔하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봉화산 산허리,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
 
벤치에 앉으니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장쾌하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내처 올라가면 봉화산 정상이다.
 
노랑배 쪽으로 간다.
해안절벽에 돌출된 바위가 노란 뱃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과거엔 해적의 출몰이 잦았던 곳이라는 데 바위까지 내려갈 수는 없고 전망대에서 봐야 한다.
 
바람이 은은한 초록빛 수면을 간질이고 석양이 반짝이는 보석을 뿌리고 있었다.
 
트레킹은 여기서 접어야 한다. 마을에서 정해 놓은 탐방로의 종점이기도 하다.
 
계속 가면 마당배가 나오고 섬을 대부분을 일주할 수 있지만, 욕심대로 할 일은 아니다.
 
나머지 구간은 위험한 길이라는 경고문도 붙어 있다.
대청도와 중청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왼쪽 당산 너머로 팔색조가 산다는 횡견도가 희미한 모습으로 길게 누워 있다.
 
가까이에는 상투바위와 매바위가 점안(點眼)이라도 하듯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병풍바위가 그 옆에 있다. 그 바다가 노을에 물들고 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노랑배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외진 섬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길어서 더욱 각별하다.
 
태양은 하늘에 매달린 듯 꿈쩍도 않다가 순간 툭 떨어져 버린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스러지는 장엄한 광경. 걸음을 멈추고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가는길=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외연도 가는 배가 뜬다.
 
평일 하루1회(오전 10시), 토·일요일 2회(오전 8시·오후 2시) 출발한다.
 
배 시간은 계절별로 변동되기 때문에 미리 문의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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