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땅위에서는 바람이 많지 않아도 하늘로 올라가면 바람이 세게 교차되어 진하고 엷은 구름층이 벌어져 밑의 구름은 서쪽으로 흘러가는데, 그 위층 구름은 북으로 흘러가고, 또 잠깐만 지나면 구름의 방향이 바뀌곤 합니다. 다른 편을 바라보면 하나가 둘이 되기도 하고, 뾰쪽한 것은 뭉툭해지고, 다시 뭉툭한 하던 것은 도로 뾰쪽해지고, 그중에 어떤 것은 지평선 속으로 잠적해 버리듯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우리는 느릿하게 퍼지는 구름을 보면 성인군자의 거동 같기도 하고, 거두어들이듯 모아지는 구름은 농민거사가 민중봉기를 준비하는 것과도 같아 보입니다. 한창 가물 때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세상에 자비를 줌이요, 비가 왔지만 길게 머물러있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가니 세상을 꿰뚫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들판에 나가 구름을 무심히 바라보노라면 구름의 색도 천차만별하여 검거나, 거무스레하거나, 희색이거나, 누르거나, 붉거나, 푸르거나 한 구름들이 이리 가고 저리 가고 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이런 여러 가지 색깔은 모두 구름의 정색이 아닙니다. 오직 흰빛만이 구름의 본 빛이며 본색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구름은 저와 같이 덕이 있고 , 저와 같이 빛이 있으니 구름을 사랑하며, 그의 덕을 배워 가면 만물에 혜택을 줄 수 있고, 그리고 마음을 가볍게 하여 구름의 고고한 색을 지키며, 또한 구름의 본태에 대하여 무아의 경지에 이르게 되어 내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내가 되어 버리는 일심동체로 동화되어 지는 것 같습니다. 삼천 년 전 주나라 때 보장이라는 분은 오색구름을 보고 길흉과 수한(水旱)을 짐작했다는 데, 푸른빛이 있을 때는 충(蟲)이 생기고, 흰빛이 생길 때는 상(喪)하는 것이 있으며, 붉은 색일 때에는 병란이 생기고 , 검은 빛을 띠면 수해가 생기며, 누른빛을 띠면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서해안에는 가뭄 때문에 저수지들은 바닥이 나고, 제한급수는 물론 농작물들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주나라의 보장씨의 짐작대로 비록 수해가 좀 있더라도 검은색 구름이 나타나 비가 내리길 간절히 바랍니다.
서인원(전 한국해양연구원 운영관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