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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46. 구름에 마음을 실어본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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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0.05 16: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어릴 적 구름 조각이 낀 달밤에 이웃집에서 놀다가 어머니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올 때 달을 쳐다보면 달은 달려가고 구름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기억이 떠오르고, 요즘도 달밤에 구름이 지나가면 그 착시 현상이 옛 시절로 실어다줍니다. 그래서 구름에 '달 가듯이'란 말이 나왔나봅니다. 자라면서 구름은 앞날의 꿈을 실어 서울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집을 떠난 자식 걱정에 부모의 마음속엔 항상 먹구름이 끼어 있습니다. 그 먹구름 속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이 피어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구름은 우리에게 희망과 좌절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에 구름이 하늘을 덮어서 떠오르는 둥근 보름달을 보지 못하면 내내 서운해 하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던 올 추석엔 슈퍼문이 떠올라 모두들 즐거운 명절을 보냈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가족들이 무사히 한해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구름 없는 맑은 동해바다 수평선에서 새해 첫날 아침 해오름을 보기 위하여 동해 바다로 떠나는 가족들로 장사진을 이룹니다. 어쩌다 새해 아침에 구름이 해오름을 가리게 되면 실망한 마음을 가지고 되돌아옵니다. 그러나 해를 가린 구름이 내 마음을 대신해서 더 가까이에서 해오름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 줄 것으로 생각하면 해오름을 보지 못한 서운함은 멀리 달아나 버릴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구름의 변화에 의해 하루하루의 날씨가 좌우됩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종류와 구름의 양에 의해 그날의 날씨나 분위기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높푸른 하늘에 떠있는 새털구름, 흐린 날을 부르는 비구름, 맑게 갠 하늘에서 하루 종일 피어나는 뭉게구름, 소나기구름, 산기슭에 차오르는 구름바다, 깃발구름, 삿갓구름, 새털구름, 회오리구름 등 수많은 구름들이 있습니다.

구름이라 하는 것은 뭉게뭉게 한없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급히 날아가다가 휘어 돌기도 하며, 아주 엷고 가늘어 흐느적거리기도 하여, 산에도 길게 얽매여 있지 않고, 하늘에도 머물러 있지 않고 동서남북 가는 곳마다 막힘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변화무쌍하여 사람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 구름입니다. 뾰쪽한 놈, 뭉툭한 놈, 한없이 기어오르는 놈, 가로퍼져 나가는 놈, 그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아니 합니다. 이런 구름 봉우리들을 바라보다가 보던 봉우리를 돌아보면 벌써 어느 것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변해버립니다.

서인원(전 한국해양연구원 운영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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