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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당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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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9.23 19:17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가을엔 대하. 겨울엔 새조개. 맛의 항구
 
[충청신문=대전] 안순택·이성엽 기자 =  ‘남당’은 지역이 낳은 인물의 호가 지역의 이름이 된 드문 곳이다.
 
남당(南塘)은 조선 후기 성리학자 한원진(韓元震. 1682~1751) 선생의 호다.
 
송시열과 송준길의 수제자인 권상하의 문하에서 수학했고, 수제자 8명을 뜻하는 강문 8학사의 한사람으로 명성이 높았다.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이 다르다는 인물성이론을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던 유학자였고, 호론(湖論)의 영수였으니 “남당에 다녀오겠다”는 유학자들이 많았음직하다.
 
항구에서 멀지 않은 신리·양곡리에 남당의 묘와 사당이 있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옛날 유학자들의 발길이 분주했을 남당은 지금, ‘맛항(맛의 항구)’이 되어 있다.
 
별미를 맛보려는 식객들이 북적댄다. 지난 주말, 남당항은 그야말로 북적거렸다.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고 새우 굽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굵은 소금을 깐 냄비에 새우를 구우며 익기를 기다리거나, 익은 새우의 껍질을 벗기거나, 껍질을 벗긴 새우를 입으로 가져가느라 바빴다.
 
스무 번째 맞는 대하축제 첫날이었으니, 우리나라의 식객이란 식객은 다 모인 듯했다.
 
대하는 저지방 고단백 저칼로리의 건강식품이요, 칼슘이며 키토산 타우린 베타민 아르기닌 등 단백질과 비타민을 많이 함유한 고급 식품이다.
 
지금이 가장 맛있는 제철이요, 지금 맛보지 못하면 한해를 놓치니 식객들로선 그냥 보내기엔 아쉬울 터다.
 
대하가 지나면, 코끝 알싸한 추운 겨울날, 새조개 축제도 놓칠 수 없다.
 
조갯살 모양이 새의 길쭉한 부리나 갈매기 날개 모습을 닮아 새조개란다.
 
끓인 육수에 5초 정도 담갔다가 토렴(‘샤브샤브’ 대신 ‘토렴’이라 하자)으로 먹으면, 풍부한 핵산에서 나오는 은근 달큼한 감칠맛이라니, 입 안 가득 바다향이 번진다.
 
역시 ‘조개의 명품’이다. 
 
뿐이랴.
 
새조개가 끝나면 봄 주꾸미, 다음엔 갑오징어, 갑오징어와 대하의 사이는 바닷장어가 메운다.
 
장어소금구이도 별미 중의 별미다. 요즘엔 하나 더 늘었다. 바다송어다.
 
민물송어보다 식감이 훨씬 뛰어나단다. 사시사철 별미를 줄줄이 내놓으니 사람들의 뇌리에 ‘맛항’으로 각인되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되도록 돼 있다 싶다.
 
홍성 앞바다는 바다의 호수다.
 
황해로 뭉툭 튀어나온 태안반도의 밑자락으로 기다랗게 안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물은 멈춘 듯 고요하다.
 
바다를 가둔 천수만은 생명의 원천인 ‘뻘’을 품고 있고 물살이 잔잔해 산란하는 데 최적의 장소여서 물 반, 고기 반의 어장이다.
 
그곳에서 잡힌 해산물이 남당항에 모인다.
 
그러니 맛항이 될 수밖에 없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셈이다.
 
여기서 팁(Tip) 하나. 해산물을 잡은 배들이 모이니 즉석 장이 선다. 바로 파시(波市)다. 요즘 말로 하면 물 좋은 때에 열리는 바다 위 번개장터다.
 
파시는 규모가 큰 경우 바다와 해안선을 가득 메웠고, 바다의 물결과 함께 출렁이는 어선과 상선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뤄 파시풍(波市風)이라 불렀다는데, 지금은 전설로나 듣는다.
 
이 파시의 형태가 남당항에는 남아 있다.
 
어사마을과 죽도 주민들은 남당항을 중심으로 작은 파시 형태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천수만 방조제가 들어선 이후 어장은 작아졌고, 덕인지 탓인지 공매를 거치기엔 부족한 소규모 어획이어서 방파제 주변으로 작은 파시가 꾸려지는 것이다.
 
방파제에 뱃머리를 댄 배에서 갓 잡은 물고기를 어부들과 흥정하는 재미, 소박한 인심의 맛은 남당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맛을 보았다면 남당항의 주변을 돌아보길 권한다.
 
맛만 보고 가기엔 남당은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다. 특히 노을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천수만 너머로 떨어지는 남당항 일몰은 홍성 8경 중 6경에 들 정도로 아름답다. 
 
서쪽으로 길게 누운 안면도 때문에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태양은 볼 수 없으나, 천수만을 온통 붉게 혹은 노랗게 물들이는 노을은 그 유명하다는 꽃지나 간월암 일몰에 뒤지지 않는다.
 
또한 남당에서 천수만을 따라 어사마을-상황마을-궁리를 거쳐 서산방조제로 가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이 해안도로는 서해 갯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홍성조류탐사관과 수산물웰빙체험관을 들러보면 좋다.
 
조류탐사관은 천수만을 대표하는 철새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과 갯벌 생물에 이르기까지 천수만의 생태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3층 야외 옥상에서 바라보는 서산 A지구 방조제 풍경은 장관이다.
 
멀리 간월암도 보인다.
 
수산물웰빙체험관은 홍성의 수산자원 홍보를 위한 공간으로 가까운 궁리에 조성돼 있다.
 
천수만을 테마로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3층의 바다생물 포토존과 4층의 4D 입체영상관이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다.
 
남당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내년부터 3년 간 400억 원을 투입해 문화·관광·레저 공간으로 거듭난다.
 
남당항에서 파시를 둘러보고 해안선을 따라 어사마을까지 걷다 보니 옛 시절의 향수와 인심, 생생한 삶의 활력이 가슴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참, 올해 대하축제는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2회씩 맨손으로 대하를 잡는 대하잡기 대회가 열리며 소원풍등 날리기, 프로젝트 영상 상영, 대표 농축수산물 직거래 장터 등도 진행된다.
 
추석 연휴, 온 가족과 함께 다녀오시라. 
 
▲함께하면 좋다
죽도 | 남당항에서 3.7㎞ 떨어진 죽도는 홍성에서 유일한 유인도다. 
 
섬 주위에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 불린단다.
 
궁리 | 지형이 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출사포인트다.
 
천수만 해양낚시공원 | 1500평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낚시터로서 천수만 천혜의 자연경관, 바다의 생명력, 짜릿한 손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해상 낚시터다. 
 
속동갯벌마을 | 가을에는 코스모스, 봄에는 유채꽃 밭이 반겨준다. 마을의 갯벌과 속동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무 데크길을 따라 산책하는 맛도 특별하다.
 
인근에 홍성승마장이 있어 승마를 즐길 수 있다. 
 
만해 한용운 선사,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 1992년 복원한 만해 선사는 방 2칸짜리 초가다. 
 
생가 뒷산 기슭에 시비 20여개가 늘어선 민족시비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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