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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내 이름은 그저 간호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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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9.20 15:5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 영 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의 계절 9월이다. 메르스로 뜨거웠던 올 여름도, 간호사의 이름이 아름답게 장식되었던 7월도 어느덧 가을 속으로 사라져 간다. 올 가을은 새삼 간호사로서의 나의 길이 숙연해지는 듯 아련한 해인 것 같다. 4년 전 맨날 아가 같았던 딸들이 26년의 간호사로서의 길을 접고 새로운 세상을 향하고자하는 나를 가장 먼저 격려해 주었고 영원한 파트너가 되어 주겠다던 두 딸들이 그 약속을 지켰다. 지금은 어엿한 간호학과 3학년, 2학년의 예비 간호사이자 미래의 나의 후배간호사들이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였던가. ‘나는 다시 태어나도 또 간호학과를 택할 거고 다시 멋진 간호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자식도 간호사로 키울 거야.’ 내 여동생도 친구들도 나더러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 징글징글한 간호사의 길을 왜 금쪽같은 새끼들에게 전수하느냐고 했다. 남편도 반대했다. 하지만 아니다. 인간이 제일 나약할 때 인간으로서 진정 순수하고 조건 없이 의지하고자 할 때, 오로지 살고 싶어 눈물 흘리는 그 안타까움을 수용하고, 함께 할 수 있고, 손잡아 줄 수 있는 그 자리에 존재 할 수 있는 간호사! 단지 나는 그 자리에 그 모습들을 그 간호사를 지금도 가장 사랑한다.
나는 불붙은 가을 산의 열정과 욕심 없이 사그라지는 가을 단풍의 겸손함을 갖추고 있는 간호사의 순백의 길을 사랑한다. 4년 전 26년의 임상 간호사로서의 여정을 접고서 간호사의 꿈의 산실, 대학으로 들어왔다. 나의 후배들을 멋지게 담금질하고 싶었고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의 소중한 선택에 확신을 거머쥐게 하고 싶어서 달려왔다. 그 당시 이런 나를 만류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존경하는 00병원의 병원장님, 깊은 눈물을 감추지 못해 어린아이 같이 큰 울음을 쏟아내던 사랑하는 ◯◯◯간호부장님, ‘교수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데, 여린 성격에 얼마나 아파하려….’, 동기 같이 진실로 걱정하며 다독거려주셨던 지도교수님…. 그러나 나의 결심은 확고하였기에 지금 이 시간 취업을 고민하는 내 지도학생과 측두엽에 핏대를 세우면서 마주하고 있다. “교수님, 이 성적으로 서울00병원 취업이 정말 안 될까요, 부모님도 너무 원하시는 데요.” 지금의 간호학과 학생들의 현실적인모습이다. “꼭 서울 대형병원 취업 이유가 뭐니?”, “먼저, 저 스스로가 성공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리고 주위에서 다들 부러워 할 거고, 또 연봉도 높고, 솔직히 아무래도 대전보다는 서울 쪽이 많이 배울 것 같아요.”, “그래, 그래서 다들 쬐끔 근무하다가 다 나오니?”


이 아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사랑하는 내 제자들, 허우대는 멀쩡하고 간호정신은 빈 강정 같은 이 속물근성을 무엇으로 메꾸어야 하는가.


한국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2015년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7월 청년 실업률이 우리나라 9.4%, 미국 12.2%, 스페인 47.5%, 프랑스 21.7%이다. 그래서 취업이 보장되는 간호학과 지원율이 높아지나 보다. 그래서 간호사 본연의 의미보다 취업을 위하여 입학하는 학생들이 제법 눈에 띄나보다. 그리고 해마다 전국 간호학과 입학경쟁률도 높아지나 보다.


우리 대학 기준으로 2015년 간호학과 입학경쟁률은 22.69대 1이었다. 성별도 남학생들의 수가 점차로 증가 추세다. 이러한 변화로 임상현장(병원)에서도 인력관리 진풍경이 존재한다. 남자 간호사 탈의실과 업무지침, 복무규정 등이 만들어졌고, 간호부에서는 예비군 소집 시 간호사 대체근무가 존재한다. 병원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남자 간호사 채용 선호도가 점차로 높아져 가고 있다. 이유는 여자 간호사 채용 시 분만 전·후, 휴가 및 육아 휴직으로 간호사 수급과 부서별 경력간호사 비율 불균형으로 애로점이 많았는데, 남자 간호사는 이러한 어려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4학년 20명과 함께 모 병원을 방문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병원장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병원은 서울에 있는 최고의 병원보다는 많은 월급은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병원은 참 따뜻하고 환자들을 소중히 여기는 간호사들이 봉사하고자 찾아오는 간호정신이 살아 있는 병원입니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나의선배와 동료들은 그 어려운 시대에 묵묵히 간호사의 길모퉁이를 지켰는데….


사실 대전, 충청권의 간호사 연봉은 많이 약한 편이다. 다른 지역 신규간호사 초임은 대부분 평균 2900만 원에서 3000만 원 정도이고 서울·경기권 일부 병원은 4100만 원에서 4200만 원 정도이다. 우리나라 4년제 신입사원의 평균 초임 역시 3100만원인데…. 조금 미흡한 것은 사실이며 안타깝다.


하지만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아! 우리는 간호사가 되어야하고 뼛속 깊이 간호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면 안 되겠니? 그래도 너희들은 정년이 보장되고 정규직이고, 2년마다 연봉 계약을 하는 직장인은 아니지 않니,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이고, 가끔씩 아빠가 태워주는 병원 출근하는 길이 얼마나 달콤하고 행복한지, 너희들은 아직 맛보지 않았기에 모르잖아.
(2부에 계속) 

 허 영 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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