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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추억의 국방색과 색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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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9.17 17:42
  • 기자명 By. 충청신문

'국방색'은 원래 진초록색의 군용복장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육군복장은 얼룩무늬 군복이다. 또, 자이툰부대 군복색은 카키색(연노랑갈색)이다. 그러니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국방색 옷'이라면 뭔지 알 수가 없다.

국방색의 대표적인 것은 군용모포이다. 이 색상은 1899년 영국군이 보어전쟁에서 ‘카키’ 보호색 장구를 사용한데서 유래됐다. ‘카키란’ 힌두어로 흙먼지를 가리킨다.

군용모포는 장병들의 필수 ‘포터블’ 침구이다. 병영생활과 야영시 똘똘 말아서 배낭에 단단히 묶어매고, 평소엔 내무반 관물대 상단에다 둔다. 차곡차곡 접은 뒤 두꺼운 마분지 넣어 각 까지 잡은 채 정돈해둔다. 부대마다 몇 몇 사고뭉치 ‘고문관’ 은 있게 마련. 모포 각을 잘못 잡는 날은 늘 혹한이었고 하필 그런 날에 내무사열을 했다. 내무반원이 팬티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 당했다.

군용모포는 ‘청춘을 말 없음표 몇 개로 개어둔 몇 장 슬픔’(시인 기형도의 유작)이다. 군용모포는 미군부대에서 양키시장 등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옷감이 귀하던 시절에 군용모포는 오바 옷감으로 인기였다.

군용모포는 올이 가늘고 골라 ‘다림질판’으로 최고로 친다. 군용모포는 화선지의 먹물을 고루 빨리 흡수해서 서도가들의 필수품이다.

군용모포에서는 화투장이 잘 튀지 않아 고스톱 바닥판으로 이만한 게 없다.

“오, 그리운 추억의 국방색이여!”

색깔만큼 다양한 말과 의미가 있을 것이 있을까? 다양한 색상과 의미만큼 쓰기에도 혼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 이른바 ‘색 쓰기’이다. 기본색 이름에는 빨강, 주황, 노랑, 연두, 초록, 청록, 파랑, 남색, 보라, 자주, 분홍, 갈색(이상 유채색)과 하양, 회색, 검정(이상 무채색) 이 있다. 여기에 다른 색깔을 두 가지를 혼합하면 이원색이요, 세 가지를 혼합하면 삼원색이요, 여러 가지를 혼합하면 다원색이다.

색상중에서 빛깔이나 물감을 뜻하는 명사의 '하양, 노랑, 파랑, 빨강, 점정(까망)'이 있다. 그런데 '하양, 노랑, 파랑, 빨강'은 표준말이지만 '까망'은 표준어가 아니다. 사전에 '까망'은 '깜장의 잘못'이라고 되어 있다. '가망, 거멍, 꺼멍'도 '감장, 검정, 껌정'의 잘못이라고 하고 있다. 색을 수식어로 쓰려면, 빨강띤 주황→ 빨간 주황, 노랑띤 갈색→ 황갈색, 녹색띤 연두→ 초록빛 연두로 바꿔써야 한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 의하면 명도· 채도와 관련된 '해맑은','짙은' '칙칙한' 등 수식 형용사는 각각 '선명한','진한','탁한'으로 바꿨으며 사용빈도가 높은 '흐린'이란 표현을 수식 형용사에 추가했다.

살색은 살구색으로 쓰기로 했다. 또 국방색은 폐지됐다. 군복 군용모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변경되는 영문 관용색은 핑크→분홍, 브라운→갈색, 로즈→장미색, 피치→복숭아색, 블론드→금발색, 스칼릿→진홍색, 스트로베리→딸기색, 브론즈색→청동색 등으로 바꿔어 졌다. 사회구조 변화에 색상의 변화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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