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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과 코끼리바위 해안길 트레킹, 서산 황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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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9.09 19:38
  • 기자명 By. 안순택·이성엽 기자

 
▶황금산 앞바다 황룡전설

황룡과 청룡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황해의 조기떼를 건 싸움이었다. 황해도 청룡은 조기떼를 연평도로 몰아가 버렸다. 황룡은 조기떼를 되찾아 동네 어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힘으로는 청룡을 당해낼 수 없었던 황룡은 미리 준비를 해뒀다. 활을 잘 쏘는 궁사의 꿈에 들어가 “청룡과 엉켜 싸울 때 나를 보고 쏘라”고 일러두었다. 그러나 궁사는 망설였다. 스스로를 쏘라는 건 죽겠다는 말이 아닌가. 게다가 앞바다에 풍어를 가져다 준 고마운 황룡을 죽여야 한다니…. 생각 끝에 궁수는 청룡을 겨눴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순간 갑자기 청룡이 몸을 틀었다. 화살은 황룡의 몸에 깊숙이 박혔고, 황룡은 절명하고 말았다. 그 후 서산 앞바다에선 조기가 잡히지 않는단다. 서산 사람들을 사랑했던 황룡, 이 황룡이 살았고 서산 사람들을 보듬었던 보금자리가 황금산(黃金山)이었단다.

황금산에 황금사라는 절이 있던 옛날. 긴 굴이 있었다고 하고 한 스님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려 양초 열 갑을 들고 들어갔는데 초가 다 타들어가도록 끝이 보이지 않았더란다. 곁굴이 있어 바다와 이어져 있었다는데, 이 굴이 황룡이 살았던 굴은 아니었을까. 황금산은 대산읍 독곶리 대산반도 끄트머리에 솟아 있다. 해발 156m의 낮은 이 산이 요즘 트레킹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난코스가 없어 초보자도 무난하고, 무엇보다 산과 바다를 더불어 즐길 수 있기 때문일 터다. 울창한 솔숲에 굴곡진 해안,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작아도 볼거리는 알차다. 정상에 오른 뒤 몽돌해변과 코끼리바위를 둘러보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산악회의 리본이 여러 개 걸려있는 들머리부터 널찍한 흙길이 이어진다. 황금산의 본디 이름은 항금산이란다. 황금(黃金)은 평범한 금이고, 항금(亢金)은 고귀한 금을 뜻하기에 마을의 선비들은 고집스럽게 항금산이라 불렀단다. 산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황금산이 됐다는데 실제 금을 캐던 동굴이 남아있다고 한다.

 

 
▶트레킹코스 인기

울울창창 곰솔이 사시사철 초록빛을 뿜어낸다. 몸과 마음에 스미는 솔향에 젖어 산길을 오르니 나무 사이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산임해공단이 눈에 든다. 공단이 들어선 곳은 과거엔 큰들, 작은들, 논골, 벚꽃네, 수둑말, 샘말, 목벗, 안질 등 자연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생업이 조기잡이였다 하니 조기떼를 잃어버린 황룡의 전설이 여기에도 있구나 싶다. 산길은 곧 네거리 쉼터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끝골 해안에 닿고 왼쪽 길은 정상으로 향한다. 황금산 정상에는 제법 우람한 돌탑이 서 있다. 주변 숲은 떡갈나무다. 마을사람들은 이를 신수(神樹)로 여긴다. 그 아래 사당 ‘황금산사(黃金山祠)’가 있다.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이요, 풍어를 기원하는 곳이다. 조기떼를 불러들이려 했던 황룡의 제를 이곳에서 지낸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해안 쪽으로 내려가면 몽돌해변이다. ‘사그락 사그락’ 몽돌들은 파도가 칠 때마다 재잘거린다. 오른쪽, 바다로 몸을 감추는 산자락 끝에 금굴이 있다. 유독 황금빛으로 빛나는 굴은 깊이가 50m나 된단다. 굴보다 굴 바로 못미처 산수화를 그려놓은 듯한 바위가 눈길을 잡았다.

자연의 솜씨는 언제나 경이롭다. 금굴과 산수화바위는 썰물 때나 갈 수 있고 만날 수 있다. ­­몽돌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다시 숲으로 든다. 고개를 하나 넘어야 코끼리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나무계단을 올라 고개 위 전망대에 오르자 거칠 것 없이 시야가 터진다. 왼쪽으로 거대한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있다. 그 옆에는 촛대를 연상시키는 바위가 소나무 두 그루를 머리에 이고 있다. 황금산의 진가가 바로 이곳이로구나. 하늘을 닮은 바다빛과 무채색의 몽돌, 코끼리 바위. 사방이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절벽 틈새마다 뿌리를 박고 자란 노송도 멋스럽다. 코끼리바위 앞은 너도나도 모델이 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코끼리바위를 중심으로 해변은 양쪽으로 나뉜다. 코끼리 목 부위쯤 되는 가파른 언덕을 넘어간다.

 

 
▶진정한 아라메길 1번지

밧줄에 의지해 언덕에 올라서자 바다가 터지고 장벽처럼 우뚝 선 기암절벽이 우뚝하다. 붉은 주상절리 절벽은 ‘퇴적예술’의 걸작품이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떠오르는데, 하지만 아무리 인간의 기술이 뛰어나다 해도 어찌 자연에 비길 것인가. 수만 년 세월이 빚은 작품에 그저 탄성만 터져 나온다.

서산에는 바다의 순우리말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가 합쳐진 ‘아라메길’이 있다. ‘가면서 정들고/ 오면서 추억이 되는/ 아라메길// 세월이 닳지 않은/ 마애삼존불의 얼굴에/ 너의 미소 활짝 피었다// 보원사 오층탑에 앉았던 봉황/ 개심사 아미타여래랑/ 해미읍성 저 멀리/ 도비산 너머 바다를/ 한숨에 다녀왔는데// 너는 지금/ 아라메길/ 어디쯤 가고 있니.’(이생진의 ‘아라메길’. ‘아라메길’ 시비는 강댕이 미륵불 옆에 있는데 서산이 고향인 이생진 시인이 정작 고향에 남긴 유일한 흔적이 이것 아닌가 싶다) 황금산은 아라메길 3코스의 출발점이다. 여유가 있다면 아라메길 3구간 전 코스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황금산 입구를 출발해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삼길포항까지 이어진다. 18.2㎞. 약 6시간이 걸리는 코스다. 황금산 코스야말로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진정한 아라메길이지 싶다. 다시 황룡 이야기. 유명을 달리한 황룡은 궁사의 꿈에 다시 나타나 “황금산이 세 번 푸르러지면 조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황금산은 두 번 푸르러졌단다.

 

-황금산 가는길-

대전에서 가려면 당진-영덕 고속국도 면천 나들목으로 나와 계속 오른쪽으로 돌면 구룡삼거리, 성당삼거리를 거쳐 647번 지방도와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가 왜목-대호방조제를 거치면 서산이다. 화목교차로-평신1로-큰들길-독곶논골길-독곶해변길, 곧 황금산이다.

 

-함께하면 좋다-

+ 가리비 황금산 입구에 가리비 구이집이 여러 곳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로림만에 넘쳐 났다는데, 그 시절만 못하지만 잠수부들이 직접 손으로 잡은 자연산이란다. 구운 가리비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트레킹의 피로가 싹 풀린다.

+ 삼길포 선착장 아래에 늘어선 배에서 직접 회를 떠준다. 싼값에 제철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인심도 후하다.

+ 당진전력문화홍보관 발전 원리를 소개하고 다양한 에너지체험과 놀이를 통해 전기를 이해하는 공간이다. 자녀들과 함께 가면 좋겠다. 사전 예약하는 게 좋다. 대호방조제 끝에 있다.

+ 석문각 조선시대 정월 일출을 맞이하며 복을 빌던 곳이다. 중육도, 육도, 풍도, 난지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든다. 섬 사이로 물드는 노을이 장관이다. 팔각의 정자로 현판은 JP, 김종필 씨의 휘호다.

 

글 | 안순택·이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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