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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원의 렌즈로 보는 세상] 42. 청령포의 눈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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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31 20: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단종은 이 적막한 곳에서 외부와 단절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감옥 같은 답답함과 외로움에 더하여, 수양대군의 비수로 마음을 찔린 것처럼 아프고 무서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오솔길을 따라 솔밭 속으로 들어가니 수령이 육백년이나 되는 거대한 소나무가 보입니다. 이 소나무에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젖어들었을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폐위된 어린 소년의 마음을 들은 소나무라 하여 ‘관음송’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어렸던 그 소나무가 두 가지로 갈라져 자라서 한 가지는 서울을 향하고, 다른 한 가지는 하늘 끝을 향하여 있습니다.

몰려든 관광객들은 하늘까지 뻗어있는 관음송을 슬픈 마음으로 그 때를 회상하며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관음송에 빠져들어 부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쌓았다는 ‘망향탑’과 시름을 달래며 보냈다는 ‘노산대’를 못본 채 단종 어소로 들어갑니다. 그 당시 단종이 머물렀던 본채와 궁녀 및 관노들이 기거하던 행랑채가 있으며 밀납 인형으로 단종의 모습을 복원하여 보여줍니다. 어소 앞의 굽은 소나무들은 죽은 충신들의 혼령인 듯이 임금의 억울함을 위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종은 계유정란 이후 왕위를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물려주고 15세에 상왕이 되었습니다. 사육신 사건이 일어나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여기 청령포로 유배되었으나, 그해 여름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여 물에 잠기자 영월읍내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겼으며, 같은 해 시월에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고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합니다.

어소의 밀납 인형의 어린 단종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을 먼저 떠남에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슬픔과 쓰라림에 휩싸인 모습이 뇌리에 스치니, 가슴에 배어들어 짠물에 절인 듯 아픕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먼 곳으로 떠나야하는 죽음 앞에서 한없이 흐르는 눈물은 강물이 되었으리라. 한 많은 생에서 슬픔을 품고 떠난 어린 단종 그리고 왕위를 가지려고 조카에게 죽음을 주고 떠난 무서운 수양대군도 오백오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 역사 속의 한 페이지가 되었을 뿐입니다. 이렇듯 세상만사의 무상함이 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어느덧 서강을 건너온 배에서 내려 슬픈 역사를 간직한 청령포를 뒤로 하고 동강 국제 사진전을 관람하기 위하여 동강사진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사진은 수령이 육백년이 된다는 ‘관음송’입니다.)

서인원(전 한국해양연구원 운영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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