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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아침에] 다시봐야 할 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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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30 22: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 형 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광복 70주년과 분단 70주년을 생각하며
 
 2015년도 광복절을 지냈는데 지난 8월 21~25일까지 남북한 간에는 많은 국민을 잠 못 이루게 하는 절박한 순간들이 지나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북한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남북 간에 어뢰에 이은 목함 지뢰 도발, 대북확성기 방송재개, 비무장지대의 포격, 원점 타격, 준전시체제 선언, 잠수함과 포병부대 이동 및 전면전 위험까지 이어지면서 막판 2+2(김관진, 홍용표+황병서, 김양건)의 벼랑 끝 협상이 급박하게 전개됐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안보와 경제 문제는 남의 나라에 맡길 수 없는 우리들의 문제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남북문제는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앞으로 남북 간에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런 시기에 다소 진부하지만  ‘손자병법’을 이용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살펴보고 싶다. 먼 나라와 싸우는 게 오히려 쉬울 것 같다. 같은 반도 안에 살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에게 이렇게까지 모질게 나오는 북한 측 도발에 대해 내칠 수도 없고 끌어안을 수도 없는 不可近不可遠의 안타까움이 있다. 본디 한 뿌리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무례하고 무도할 수 있는가 한탄할 때가 있다. 
 
중국의 ‘三國志’를 보면 曹操의 아들 조비(曹丕)가 황제에 오른 뒤 자기와 경쟁 관계에 있던 친동생 조식(曺植)을 협박하며 트집을 잡았다. 일곱 걸음을 떼는 동안 詩 한 편을 써내라고 윽박질렀다. 그때 지은 시가 소위 七步詩란 것이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 솥 안에 있는 콩이 흐느끼는구나 /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 어찌하여 그 콩대로 이리 급히 삶는가”(자두연두기煮豆燃豆萁, 두재부중읍豆在釜中泣,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 상전하태급相煎何太急) 마침내 曹丕가 크게 깨닫고 동생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자도 이 시를 읽고 무례한 도발을 포기했으면 좋다. 
 
‘손자병법’을 보면 다섯 가지 기준으로 전력을 판단해 이길 수 없으면 피하고, 이길 수 있으면 싸우라고 했다. ①道: 백성을 군주(대통령)와 일심동체로 만들어 동고동락하게 하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국민적인 일체감) ②天: 낮과 밤, 춥고 더움, 맑고 흐림, 계절 등의 시간적 조건을 살피는 것(기상조건) ③地: 거리의 멀고 가까움, 지세의 험하고 평탄함, 지역의 넓고 좁음, 지형의 유리함과 불리함 등의 조건을 살필 것(지형조건) ④將: 책략과 아이디어, 신의, 인자, 용기, 위엄 등을 살필 것(지휘관의 능력) ⑤法: 군대의 편성, 책임 분담, 군수물자의 관리 등 군제에 관한 것(법제와 시스템)이다. 그리고 가장 잘 싸우는 것은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실전보다 외교력과 협상, 설득력이 더 중요한 전략이란 뜻이다. 첫째, 상대의 기를 꺾거나 상대의 동맹관계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이나 대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중요하고 미국과 일본과 EU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100번 싸워 100번을 이긴다 하더라도 최상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일이다. 희생이 요구되는 성곽(진지)의 공격은 최하의 방법이다.  •아군의 병력을 감안하지 않고 강력한 적에게 도전하는 것은 하수이다. 병력이 열세면 후퇴하고 승산이 없으면 싸움을 피해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절대 패할 리 없다. 나만 알고 적을 모르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반드시 패한다. 싸움에선 흔히 먼저 화내는 사람이 지게 돼 있다. 또 허세를 부렸는데 상대에게 통하지 않으면 곧바로 전세가 역적된다. 짓는 개는 물지 못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누가 훌륭한 지휘관인가? 적을 굴복시키되 전투로써 굴복시키지 않고, 적진을 함락시키되 공격으로써 함락시키지 않으며, 적국을 허물어뜨리되 실전으로써 하지 않는다. 반드시 자기편은 온전하게 보존하며 싸우는 것이다. 이것이 지모(智謀)에 의한 전쟁론이다. 勇將은 실제로 싸워서 이기고, 智將은 전략, 전술로 이기고 德將은 승리한 후 적군까지 끌어안아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 史記에 보면 중국 魏나라에 기용됐던 吳起 장군은 장군임에도 불구하고 진을 치고 싸우는 병사들과 똑같이 입고 함께 먹었으며, 잠을 잘 때도 똑같이 자리를 깔았고 행군할 때도 함께 걸었다. 또한, 악성 종기로 신음하는 병사가 있으면 손수 입으로 그 고름을 빨아내었다. 이것이 ‘연저지인’(吮疽之仁)의 리더십이다.
 
 
 
김 형 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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